[편집장 칼럼] 추석때 나눌법한 얘기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주말과 겹친 짧은 연휴 탓으로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겠지만 그래도 연 6,000만명 이상이 움직일 전망이라고 한다.

경기 침체로 푸짐한 선물은 준비 못해도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조상 앞에 차례를 지내고 오랜만에 만난 일가 친척이나 친구들과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은 집안이나 가족, 친지에 대한 것이겠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국가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말이 오고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요즘 국내외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져 이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추석엔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미리 예측을 해 봤다.

“자연 재해 앞에는 초강대국도 어쩔 수 없나 봐요. 사상 최악이라고 하는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는 정말 처참하더군요. 게다가 피해자가 대부분 흑인 등 저소득층인 것으로 드러나 더욱 가슴이 아파요.”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한 부분도 있지만 미리 대비했으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거예요.

제방 보강이나 신속한 대피 등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음은 분명한 것 같아요.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기후 협약에 소극적인 것도 새삼스럽게 비판을 받고 있지요. 그 때문인지 TV에 비친 부시의 얼굴이 많이 상했더군요.”

“일본도 태풍으로 큰 곤욕을 치렀죠. 그야말로 강대국 수난 시대인 것 같아요. 우리도 일부 피해를 입었지만 그 정도로 그친 게 다행이에요.

아무튼 철저한 사전 대비가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만큼은 분명해요.”

“그나 저나 우리나라는 요즘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요?”

“며칠 전에 노무현 대통령하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만났잖아요. 그런데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한 가지도 합의를 못했네요.”

“사실 주변의 여러 사람과 얘기해 봐도 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연정을 한다고 뿌리 깊은 지역구도가 사라지겠어요?”

“그래요, 그리고 지역감정이라는 게 꼭 나쁜 것만 아니잖아요.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이용해서 그렇지. 진정한 애향심이라면 오히려 지역 발전을 위해 얼마든지 득이 될 수 있지요.”

“맞아요. 결국 권력을 쥔 사람이 그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지역구도는 많이 개선될 수 있다고 봐요. 굳이 연정이나 선거구 개편을 안 하더라도요.”

“경제는 어떻게 되가는 건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네요. 업계에서는 여전히 경기 회복 기미가 안 보인다고 울상인데,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니 말이에요.”

“경제와 증시는 완전히 따로 가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증시가 뜨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봐요.

경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증시 주변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이죠. 기업의 투명성이 개선되었고, 외국인 투자 문호가 확대되었으며 간접 투자 상품이 크게 늘어난 것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래요. 하지만 경기는 어려운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정부는 나아진다, 나아진다 하지만 장사나 기업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죽을 맛이라는 거에요.”

“하여튼 피부로 느낄 수 있게끔 하루빨리 경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는데, 별 뾰족한 수단이 없는가 봐요.”

“근데 말 많은 부동산 대책 때문에 경기가 더 죽지 않을까요?”

“건설경기는 아무래도 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강북 개발 등이 본격화하면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어쨌든 부동산 거품만은 잡아야 해요.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대책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강 대책도 필요하죠.”

“그나 저나 앞으로는 살기가 좀더 편해졌으면 좋겠어요. 정치도 잘 풀리고 경제도 잘 돌아가야 할 텐데.”

“그러려면 역시 지도자들이 잘 해야 해요. 어느 조직이든 지도자 역할이 제일 중요하죠.”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 점에서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해요. 지도자 잘 만나는 것도 행운이에요.”


김양배 부국장


입력시간 : 2005-09-13 14:08


김양배 부국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