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그린박스제도


최근 일부 포털 뉴스서비스의 댓글과 일부 블로그와 게시판 등을 통해 개인 신상이 일방적으로 공개되고 근거 없는 내용이 유포되어 개인의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 당하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언론의 인격권 침해와 선정적인 논조에 대해서 안티포털운동이 전개되기도 하고 적극적인 법적 대응도 늘어가고 있다.

인터넷언론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를 반영한 것이 최근 전여옥 의원이 제안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린박스 제도(언론중재법 개정안)라고 할 수 있다.

그린박스제도란 주로 인터넷 신문의 보도 대상이 된 당사자가 보도내용 중 사실적 주장 부분에 대한 자신의 의견(반론)을 밝히기 위해 해당 인터넷신문 사업자에게 소명문 게재를 요청하면 사업자는 그 때부터 6시간 이내에 해당 기사 하단부에 그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그린박스 제도에 대해 인터넷신문협회와 인터넷기자협회, 인터넷신문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여기서 그린박스제도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제기된 문제의식을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인터넷신문에 의한 인격권 침해가 종이신문이나 방송보다 파급력의 깊이와 넓이가 압도적이라는 근거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신문에만 소명문을 게재하도록 하는 규정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하겠다. 만약 그린박스(소명문 신속 게재)제도를 통해 언론피해구제의 신속성과 효과를 제고하려 한다면 다른 미디어도 동시에 부과해야 옳을 것이다.

둘째, 인터넷신문은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 종이신문의 인터넷사이트인 뉴스닷컴, 개인블로그 등을 포함하는 인터넷언론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

‘개똥녀’사건 등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다수 사례는 인터넷신문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부 게시판과 일부 포털사이트 뉴스서비스의 댓글 등에 의해 선정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린박스제도는 인터넷신문에만 부담을 주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셋째, 그린박스 제도는 소명문 게재 요구과정에서 언론중재 과정과 같이 제3자의 중재가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하겠다.

이밖에 그린박스 제도는 오히려 포털사이트의 인격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로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에서 사회적 의제설정의 헤게모니가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신문에서 포털사이트 뉴스서비스로 이동했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포털사이트의 여론형성력이 강해지고 동시에 선정적 편집이나 댓글과 게시판 등을 통한 인격권 침해는 심각해지고 있으나 자기 뉴스는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털은 신문법의 인터넷신문 범위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포털사이트의 법적 규제, 사회적 규제를 해야 한다는 데는 필자도 공감한다. 그렇지만 포털에 대한 규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언론중재제도의 보완을 통해 풀어가는 것이 가능 좋은 방안으로 생각된다.

현재 신문법은 올드미디어인 종이신문을 진흥하거나 사회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인터넷신문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셈이다.

그 옷은 잠시 입어야 할 것이고 신문법의 적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진단한 뒤, 인터넷미디어만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법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전까지는 개정 선거법이나 언론중재법을 통해서 인터넷신문은 물론이고 신문법의 인터넷신문 정의에 포함되지 못한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와 온라인 닷컴 등에 의한 언론피해구제 장치를 보완해나가는 것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이용성(한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시간 : 2005-09-13 14:48


이용성(한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yong1996@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