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글로벌 대학의 명암


완연한 가을이다. 계절의 변화는 젊음이 충만한 대학에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대학은 계절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모든 게 가파르다.

가을의 여유는 취업의 강박에 떠밀린 지 오래고 학문과 연구는 좀처럼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변해야 대학이 산다’는 구호는 늘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그런 구호에 자주 등장하는 게 ‘대학의 글로벌화’다. 대학 소재지와 관계없고, 학부와 대학원도 구분이 없다. 모두 한 목소리로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고 있으니 능력은 없더라도 흉내라도 내야 할 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어느 대학을 가도 외국인 학생을 자주 보게 된다. 종래 어학연수나 학부 수준에 머물던데 반해 최근에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외국인 학생이 부쩍 늘고 있다.

한국의, 그것도 한국 대학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장래의 지한ㆍ친한 인사들이 늘어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 꺼풀을 벗겨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학부 졸업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기피해 외국인 학생으로 채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부를 할 바에야 외국에서 하는 것이 앞으로 더 이익이 되고, 학위도 외국 학위가 더 대접을 받기에 너도나도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게다가 외국 갈 형편이 안 되면 서울로 향하니 특히 지방대학엔 대학원생을 찾기 어렵다. 그 공백을 외국인 학생이 메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방대학이 글로벌화에 더욱 앞장 서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우리의 대학, 더 나아가면 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대학원의 글로벌화는 그러한 단면의 일부일 뿐 이다.

한국 학문의 깊이에 반해서, 한국을 배우기 위해 외국인 학생들이 앞 다투어 찾아오는 진정한 글로벌화는 언제쯤 이뤄질까.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10-11 15:0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