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성급한 신문ㆍ방송 겸영 주장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신문ㆍ방송 겸영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9월26일 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성대 위원장은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일간신문사의 방송사업 겸영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내놓아 논란이 되었다.

여야 의원들의 추궁에 방송위원회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후퇴했지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언론노조는 이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9월29일 언론재단 국정감사에서는 언론재단이 발행한 연구서인 <위기의 신문>에서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데 공식 입장이냐라는 질문이 있었고, 이에 정남기 이사장은 공식 입장은 아니나 신문ㆍ방송 겸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위원회나 언론재단의 방향성이나 기구의 성격으로 볼 때,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 발언이나 관련 주장을 담은 연구서 등을 발간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신문ㆍ방송 겸영을 허용하면 신문시장을 독과점하면서 강력한 여론 형성력을 갖고 있는 시장지배적 신문이 지상파 방송과 뉴스전문채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ㆍ방송 겸영 금지 규정이란 일간신문 등이 지상파 방송사업과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편성 방송사업을 겸영(지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문법 제15조, 방송법 8조 3항) 이는 소수 언론의 여론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1996년 신문ㆍ방송 겸영 금지의 위헌소원에 대한 판결문에서 헌법재판소는 특정 언론시장의 과점 사업자들이 다른 영역까지 장악한다면 심각한 여론독과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면서 신문ㆍ방송의 겸영 금지는 사상의 자유시장을 보장하고 소수의 자가 언론기관을 독점해서 발생할 수 있는 특정집단의 이익이나 사상의 지지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신문ㆍ방송 겸영 금지와 같은 이종미디어 교차소유 규제는 흔히 언론산업의 소유규제로 알려져 있는 소유지분 제한(개인이나 특수관계자의 주식이나 지분 상한선 규정)이나 시장점유율 규제(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등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을 주장하는 일부 신문과 정치권의 주장을 요약하면 그것이 위기의 신문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활로이며, 시장점유율이 낮은 일간신문이나 지역미디어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겸영을 허용하면 여론다양성의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신문산업이 구독률과 광고수입이 감소하는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신문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방송사업 진출이 거론되고 있는 데, 이는 현행 신문법과 방송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미, 일부 일간신문은 지역민방 등과의 협력을 통한 콘텐츠 공유와 프로그램 공동제작 등을 시도하고 있으며,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PP에 참여하거나 프로그램 제휴를 하고 있으며, 또한 DMB 방송사업에도 콘텐츠 제휴 등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지역미디어 시장은 신문ㆍ방송 겸영을 허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전국 단위와 마찬가지로 지역단위에서도 여론독과점이 심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하겠다.

또한 시장점유율이 낮은 일간신문만 겸영을 허용하자는 주장은 철저한 신문 시장점유율 규제를 수용한다는 전제에서나 논의가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일간신문의 지상파 방송사업과 뉴스전문채널사업 진출을 의미하는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논의는 시장지배적 일간신문이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여론시장에까지 우려할만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우리 언론현실에서는 너무 성급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시간 : 2005-10-11 16:01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yong1996@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