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진단·치료 길 터

[금주의 인물] 노벨의학상 수상 배리 마셜 교수
헬리코박터균 진단·치료 길 터

올해 노벨 생리ㆍ의학상은 위염,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학명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을 발견하고, 발병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호주의 두 학자에게 돌아갔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학의 배리 마셜(54ㆍ사진) 교수와 로열 퍼스 병원의 로빈 워런(67) 박사가 영광의 수상자.

헬리코박터균을 처음 주장한 이는 워런 박사이고, 워런의 주장을 입증하고 진단과 치료의 길을 연 이가 마셜 교수다.

이들이 1982년 강력한 위산 속에 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주장하고 나설 때만 해도 학계에서는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마셜 교수는 그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실험용으로 삼았다. 이 일화는 과학계에서 지금도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마셜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배양해 놓은 헬리코박터균 한 컵을 꿀꺽 마셔버린 것이다.

일주일 뒤 마셜 교수는 구토가 시작되고 위가 쓰리는 통증으로 배를 움켜지고 뒹굴었다. 그렇게 자신의 이론을 입증해 냈다.

헬리코박터균은 오염된 물이나 채소, 키스, 내시경 장비 등 다양한 경로로 감염된다. 한국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30대에서 60대까지 한국인 중 대략 70%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고, 12살 이하의 어린이도 27%나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미국인의 경우 10%대의 낮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헬리코박터 치료는 어렵지 않다. 7~10일 간 치료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10중 9명은 완치된다.

마셜 교수는 한국야쿠르트의 광고 모델로 활동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그와의 광고 계약이 아직 남아있어 노벨 생리ㆍ의학상을 축하하는 신문광고를 내는 한편 그가 등장한 TV광고에도 ‘노벨상 수상자’ 란 자막을 붙일 계획이다.

노벨상 수상 소식 후 마셜 교수는 한 기념식에 참석해 “운이 좋았다는 것밖에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10-12 11:14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