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여권의 분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당내 일부 의원들이 재선거 참패의 책임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불거진 친노(親盧)파와 반노(反盧)파 간의 입씨름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이 같은 사태와 관련, 팬 클럽 등 여야를 막론한 특정 정치인 지지모임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 가고 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지지가 합당하냐는 것이다.

이들 모임은 어떤 문제가 불거지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이의 시정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지지 정치인의 입장을 강변하고 허물을 감싸는 데 급급한 자세를 보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쓴 소리를 마다 않는 일부 회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맹목적으로 두둔하는 소리에 묻혀 버리기 일쑤다.

정치인 지지 모임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팬 클럽 성격의 모임과 정치적 목표 실현을 위한 당 내외의 지지단체다.

팬 클럽 성격의 모임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대표적이다. 노사모가 똘똘 뭉쳐 2002년 대선에서 대통령 만들기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을 이루어 낸 후 잠재적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팬 클럽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박사모’, 이명박 서울시장을 위한 ‘명박사랑’에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팬 클럽인 ‘희망 GT클럽’,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지지하는 ‘정동영과 함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 고건 전 총리를 대상으로 한 ‘우민회’와 이회창 전 총리를 위한 ‘창사랑’도 있다. 동일한 정치인을 두고 몇 개의 팬 클럽이 등장하기도 했다.

팬 클럽 외에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당 내외 지지 모임은 여권의 친노 세력이 두드러진다. 노사모에서 파생된 ‘국참연(국민참여연대)’, 유시민 의원 등이 주도하는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 노 대통령 측근 386의원 중심의 ‘의정연(의정연구센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박근혜 대표의 경우엔 ‘박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든다’는 정치적 목표 실현을 내세우고 결성된 ‘애국애족 실천연대’가 있다.

이들 팬 클럽과 지지 모임은 나름대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장점으로는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여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맹목적인 감싸기에 치중, 정보의 왜곡과 여론을 호도하고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행태로 봐선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재선거 이후 친노파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국참연의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원의 말에 ‘X소리’라는 상스러운 표현까지 사용해 눈총을 샀다.

다른 지지 모임도 예외는 아니다. 박사모의 경우 지난 4ㆍ30 재보선후 박 대표를 비판한 소장파에 탈당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공세를 취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 ‘사이버 전사대’를 만들어 대통령과 여권을 비판하거나 박 대표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글을 조직적으로 퍼날랐다고 하여 물의를 빚었다. 창사랑의 경우는 운영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총살해야 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제 내년이면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뒤이어 내후년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대권 가도 경쟁을 둘러싸고 술렁대고 있다.

이에 따라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팬 클럽과 지지 모임은 앞으로 활동의 도를 높여갈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지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옹호하거나 거친 언어로 비판자를 공격하는 유치하고 무지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좀더 순화되고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순수해야 할 팬 클럽이 정치적 활동에 노골적으로 나서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팬 클럽이나 지지 모임의 대표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지만, 해당 정치인의 관심과 조정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당장 필요하다고 할 말 못하고 끌려만 다녀서는 안 된다. 팬 클럽과 지지 모임이 참여 민주주의를 활성화시켜 정치의 수준을 높이느냐 아니면 이전투구만 심화시켜 국민을 더욱 짜증나게 하느냐는 결국 해당 정치인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양배 부국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