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산 APEC 정상회의 참석은 너무나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20일 시작된 중국방문부터 그의 이번 한ㆍ일ㆍ중ㆍ몽골 아시아 4국 순방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명백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16일 교토를 떠나며 ‘아시아 정책 연설’을 내놓았다. ‘자유’를 키워드로 미ㆍ일이 손잡고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뜻이 가득한 것이었다.

연설에 ‘자유’라는 말은 78차례나 나왔다. “중국 인민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짐에 따라 정치적 자유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유와 개방을 요구하는 인민의 요구에 응하면 근대화에 성공하고 자신감에 찬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등을 강조했다.

30년 전 아버지 부시가 주중 미국 대표로 있을 때부터 중국과 인연을 맺은 부시 대통령은 ‘아시아 정책연설’에서 그의 대중국관의 핵심을 한 금언으로 요약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굳건해야 나라가 편안하다(The people are the root of a country : the root firm the country is tranquil).” 중국말로는 ‘민유방본 본고망녕(民惟邦本 本固邦寧)’이다.

BC 2205년 중국 하(夏)나라 때 임금 태강이 정치를 돌보지 않자 다섯 아우가 하를 세운 우(禹)임금의 훈계를 상기시키며 노래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말하는 ‘인민’은 백성인데 4,200여년 전의 통치 근본을 들먹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작년 1,410여억 달러에 달한 중국과 미국간의 무역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치적 자유’를 미끼 삼았다고 단순화 할 수 있을까.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앞서 CNN과 USA 투데이지가 갤럽과 함께 11월14일 조사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37%(오차범위 플러스 마이너스 3%)였다.

이에 앞서 3일 CBS 방송이 조사한 지지도는 35%였다. 역대 미국 재선 대통령 중 워터게이트 사건을 일으킨 닉슨의 27% 보다는 높지만 재선 직후 빌 클린턴의 57%, 로널드 레이건의 65%보다 형편없다.

더욱이 9ㆍ11 직후인 2001년 11월의 부시 지지도 87%에 비해선 엄청나게 낮은 것이다. 이번 조사에선 ‘이라크 전쟁에 참전할 가치가 없다’가 60%인 반면, ‘참전할 만하다’는 38%에 그쳤다.

묘하다는 의문이 생긴다.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백성이 굳건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4,200여년 전의 금언을 미국의 ‘백성’인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인 것일까.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2003년 11~12월 이라크 파병 문제가 한참 논란이 됐을 때 서울의 여러 매체는 찬성, 반대의 여론조사를 했다. 그때 나라의 근본인 한국 ‘국민’은 파병 찬성이 35%, 반대가 57%였다. 그러나 파병은 이런 ‘백성’들의 의견과는 달리 이뤄졌다.

이런 경우는 어느 ‘백성’의 의견이 옳은 것일까. 지난 3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임금(?)으로서의 의견이었다.

“일본이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또 다시 패권주의를 관철하려는 의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됐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야무야 하지않고 이번에는 반드시 뿌리를 뽑겠다”, “이 싸움은 하루 이틀에 끝날 싸움이 아니라 지구전이다.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많아질 것이고, 각박한 외교 전쟁도 있을 것이다.” 3월26ㆍ27일 청와대가 조사한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30%대에서 48%로 급상승했고, ‘3ㆍ23’ 글에 대한 지지도는 89%였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11월3일의 낮은 지지도 35%는 2003년 11월의 한국군 파병안 찬성 35%와 그 수치가 같다. 부시에 대한 최고의 지지도였던 2001년 11월의 87%는 2005년 3월의 노 대통령 지지율 89%와 엇비슷하다.

‘나라의 근본인 ‘백성’인 미국의 국민과 한국의 국민이 보여주는 각 나라의 안보, 대외정책에는 항상 적어도 3분의1 이상이 찬성하지 않고 있음이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비교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35%의 변수’에 대한 생각 없이는 나라는 굳건해지지 않는다. 부시, 노무현 두 대통령은 1959년생인 한겨레 김지석 논설위원 실장의 ‘미국을 파국으로 이끄는 세력에 대한 보고서’(2004년 6월)를 읽어보길 바란다. 그곳에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

박용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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