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으로 호락호락한 일이 없는 모양이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며 진행되던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가 예기치 않은 난관에 부닥쳤다.

한동안 종교계 등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 방식에 대한 윤리적 문제 제기로 속앓이를 해오던 황 교수는 최근엔 연구용 난자 취득 과정에서의 비윤리성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심한 마음고생을 하는 모습이다.

황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오던 미국의 세계적인 줄기세포 권위자인 제럴드 섀튼 박사가 난자 출처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에 설립된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에 나란히 참석해 끈끈한 협력 관계를 과시한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뒤이어 허브 참여 의사를 밝혔던 미국의 두 관련 연구기관도 협력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밝혀 충격을 더해 주었다.

게다가 세계적인 과학 잡지 네이처가 황 교수 연구의 윤리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어 상황을 더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이후 난자 취득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던 네이처는 지난주엔 사설을 통해 한국 정부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한 톤으로 요구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했다거나 불법으로 거래된 난자를 사용했다는 등 섀튼 박사와 네이처지가 언급한 문제점의 구체적인 내용은 분명하질 않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일관되게 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의 윤리적인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 조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는 말도 되풀이 했다. 일단 그의 말은 진정성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표될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섀튼 박사와 네이처가 황 교수팀의 연구에 트집을 잡는 것에 대해 어떤 불순한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급속히 앞서나가는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를 시샘하거나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문의 원인이 무엇이든 황 교수가 연구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자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된다. 황 교수 말대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연구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해 줄기세포 연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계줄기세포허브를 특수법인화하고 내년에만 15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계획대로 실현될 경우 연구에 상당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계 등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줄기세포 연구의 세밀한 윤리 기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윤리 기준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우리 실정에 부합하고, 국제 기준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 기준을 바탕으로 향후 줄기세포 연구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훌륭한 기술이라 해도 윤리 문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난자 기증 절차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별도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언론과 정치권, 관련 기업들은 황 교수팀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난치ㆍ불치병 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세계줄기세포허브가 문을 연지 한 달 만에 등록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환자와 가족들은 한결같이 이번 파동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리도 중요하지만 생명은 그 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대부분 줄기세포 연구는 앞으로도 쉼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의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줄기세포 연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황 교수팀이 주눅들지 않고 더욱 분발하라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다음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글이다. 황우석 교수팀은 외롭지 않다.

“황 교수님 힘내십시오. 생명공학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연구진 뒤에는 항상 5,000만 동포가 지키고 있습니다. 비록 고달프고 힘드시더라도 참고 이겨주시기 바랍니다. 파이팅!”


김양배 부국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