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불구속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박청수)에 좀 엉뚱하게 보일지 모르는 제안을 해본다.

지난 10월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장정, 존 헐리데이 부부가 쓴 ‘마오-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구입해 피의자인 강교수에게 읽게 하고 그에 대한 소견을 보면 기소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장정은 1952년 중국 쓰촨성에서 태어나 78년 영국에 유학, 82년 영국 요크대학에서 중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얻었다.

그녀가 91년 역사학자인 남편 헐리데이와 함께 쓴 ‘와일드 스완즈(wild swans) – 대륙의 딸’은 영국 논픽션 상, 작가협회상을 탔다. 그리고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됐다.

이 책은 1909년부터 1978년까지 중국 역사 속에 함께 살아온 그녀의 외할머니, 어머니와 장정 자신이 영국으로 유학가기까지 중국여성 3대의 삶을 가장 적절한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 후 장정이 이 ‘대륙의 딸’의 삶을 지도해온 마오쩌뚱(1893~1976)을 추적한 것이 이번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을 평한 뉴욕타임스의 서평기자 카쿠다니 미치코는 “중국에서 세계에서 히틀러와 스탈린 등에 비견되는 독재자로 평가되는 마오쩌뚱을 가장 괴물스럽게 밝혀냈다.

한국전쟁, 문화혁명 등과 관련 역사에 묻혀버릴 뻔했던 마오의 진면목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요약했다.

물론 중국은 1950년 10월22일 ‘항미원조(抗美援朝ㆍ미국과 싸워 조선을 돕자)’는 기치아래 인민 의용군을 보내 참전했다. 장정의 ‘마오’에는 갓 출발한 중국이 왜 미국과 싸웠는가가 전체 813쪽 중 3개의 장, 45쪽에 걸쳐 집중 서술되어 있다

만약 서울지검 공안1부가 이 두꺼운 책 중 제 36~39장까지만이라도 강정구 교수에게 읽어 보도록 한다면 큰 결과를 얻을 것이다.

강 교수는 2001년 3월13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에 이렇게 썼다. “한국전쟁은 별개의 주권국가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한 나라 안의 단일 정치권력 확립을 위한 내전이다”, “물론 내전을 만든 것은 미국중심의 외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월27일에는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의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라는 칼럼에서 그 나름의 ‘한국전쟁’을 정의했다.

“6ㆍ25 전쟁은 통일전쟁이면서 동시에 내전이었다(물론 외세가 기원한 내전). 당시 외국군이 한반도에 없었기에 집안 싸움이었다. 곧 후삼국시대 견훤과 궁예, 왕건 등이 모든 삼한 통일의 대의를 위해 서로 전쟁을 했듯이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었다.”

“우리 역사 책 어디에도 왕건이나 견훤을 침략자로 매도하지 않고 오히려 왕건을 통일 대업을 이룬 위대한 왕으로 추앙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성격의 집안 싸움인 통일내전에 외세인 미국이 사흘만에 개입해 전쟁주체자가 된 셈이다. 만약 집안싸움인 이 통일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달 이내에 끝났을 테고, 물론 우리가 실제 겪었던 그런 살상과 파괴라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장정의 ‘마오’에는 이런 강 교수의 ‘미국중심의 외세가 만든 통일 전쟁’이란 정의가 다르게 정리되어 있다. “소련, 중국, 스탈린, 마오쩌뚱 중심의 외세가 만든 ‘계급전쟁’”이라는 것이다.

김일성은 1949년 3월7일 모스크바에 찾아가 스탈린에게 말했다. “스탈린 동지, 상황을 볼 때 지금 우리가 전체 한반도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방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믿는다. 남조선 반동세력은 평화통일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북조선을 공격하기에 충분하다고 믿을 때까지 나라의 분단을 영구화할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다. 우리 군대는 남한 군사보다 강하다. 게다가 우리는 남한 내에서 강력히 일고 있는 게릴라 운동의 지지를 받고 있다. 남한의 인민 대중들은 친미정권을 증오로 저주하고 우리를 도울 것이 확실하다.”

스탈린은 “아직 시기가 아니다”며 김일성에게 마오와 의논할 것을 권했다. 18여년의 내전에서 베이징과 난징 점령으로 중국 대륙을 장악한 마오는 49년 5월에 스탈린을 만나고 온 김일성에게 약속한다.

“중국대륙을 장악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 50년 상반기 중에 끝난다. 북한군이나 중국군이나 머리가 까매 북한군 복장으로 참전하면 머리가 하얀 미국은 모를 것이다. 미국과 싸워야 우리는 스탈린의 굴레에서 벗어 난다. 이번의 전쟁은 ‘세계 계급투쟁’이다. 약속을 했다고 해도 좋다.”

스탈린은 그의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모스크바에 온 마오에게 계속 그의 그늘에 있기를 바라지만, 마오는 그 나름의 ‘세계 계급전쟁’의 보스가 되겠다고 한다.

스탈린은 김일성에게 마오가 모스크바에 머무르고 있는 50년 2월9일 마오를 견제하는 전문을 보냈다. “군사적인 방법으로 ‘조국통일’을 달성하겠다는 평양에 찬성한다. 한반도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의 준비를 시작해도 좋다.”

장정은 “이날이 분단된 두 국가를 무력으로 통일하기 위해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침략전쟁 준비를 시작한 공식적인 시발점”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10여년간 마오쩌퉁에 대한 장정 부부의 추적은 적어도 중국군 100만~40만명을 죽인 ‘한국전쟁’은 스탈린, 마오쩌뚱, 김일성이 벌인 ‘계급전쟁’이었다고 결론 짓고 있다. 그건 김일성만의 ‘통일전쟁’, ‘내전’이 아니었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