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흰 토끼를 쫓아 매트릭스의 세계를 탈출했다. 그것은 현실이라고 믿었던 게 컴퓨터에 의해 조작된 가상 세계였고, 실제 현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가능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는 그러한 매트릭스적 현상이 존재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뽑은 대통령이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대통령은 완벽하고 슈퍼맨다운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러한 대통령은 현실에 없다. 가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유권자는 싸늘해진다. 그리고는 자신의 ‘현명한’선택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 대통령을 사정없이 몰아세우고 깎아 내린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대통령이 매트릭스 세계에 매몰돼 국민의 기대와 한참 떨어진 구호를 외치고 일탈 행동을 반복하거나 강요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은 소통이 막힌 두 메트릭스 사이에서 시달렸고 반대로 국민을 옥죄고 불편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이다.

앞으로 2년 뒤 국민은 새 대통령을 뽑는다. 그런데 벌써부터 대선 바람이 심상치 않다. 잠룡들의 용트림이 유별난데다 이를 부추기는 부나비들의 날개 짓이 요란하다.

메트릭스의 세계는 가상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결정된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보다 인간의 자유 의지로 미래를 바꿔놓으라는.

대선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그가 터잡고 있는 공간에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행사다. 유권자와 잠룡들에게는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요즘, 매트릭스의 미몽을 깰 수 있는 바른‘눈’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