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하면 따뜻한 봄이나 시원한 가을에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한다. 또 결혼 날로 잡을 성싶지 않은 크리스마스 전날을 잡아 청첩을 보낸 분도 둘이나 된다.

결혼식에 하객으로 갈 때에 은근히 걱정되는 게 있다. “오늘의 주례사 ○○○ 선생님은 ○○대학교에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전념하시는 명망가이십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듣게 되지 않나 싶어서 이다. ‘주례사(主禮辭)'란 ‘주례가 예식에서 행하는 축사’이지 ‘예식을 맡아 주장하여 진행하는 사람’은 아니다. ‘예식 진행자'라는 뜻으로 ‘주례사’라고 말했다면 이는 잘못이다. 이때에는 ‘주례’라고 말해야 한다.

‘주례(主禮)’의 ‘주(主)’ 자(字)에서 “王”은 촛대를, “ ′ ”은 불꽃을 나타낸다. 한밤중에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한 공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맞절하게 하고 혼인 서약문을 읽어 양인에게 혼인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 확인되면 혼인이 원만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성혼(成婚) 선언을 하고 양인과 하객을 향해 주례사(主禮辭)를 하는 것이 주례의 일이다.

‘주례’라고 불러야 할 자리에 ‘주례사’라고 말하는 사람은 ‘주례사’의 ‘사’를 ‘변호사, 회계사, 요리사’처럼 ‘사(士)’나 ‘사(師)’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주례는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신랑 신부가 새 가정을 행복하게 꾸려 나가길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만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