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은 군사기술과 동전의 양면과 같다. 말이 좋아 기술 이전이지, 현실은 훔치다시피 해서 기술을 빼올 수밖에 없다.”

우주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과학자의 고백이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후발주자로 겪었던 서러움을 알고 나면 그의 고백은 상식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1992년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 실험용 위성인 ‘우리별 1호’를 영국 기술진과 공동으로 개발할 때 우리 과학자들은 영국 연구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기술을 습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이 쓰레기통에서 탄생한 셈이다. 또 그간 우리가 자랑 삼았던 위성 탑재용 첫 국산 로켓인 KSR-3도 미국 등 강대국들이 기술 이전을 꺼려 각국에서 ‘쪼가리 기술’을 모아 짜맞추기 식으로 개발했다.

그렇게 만든 로켓을 연소 실험을 하다 폭발해 죽을 고비도 넘겼다. 우리가 그나마 2007년 실험용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 KSLV-1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기까지에는 고비고비 우리 과학자들의 눈물겨운 애국심이 숨어 있다.

오랫동안 미국의 ‘군사 우산’ 아래 안주했던 우리로서는 우주를 향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실험용 위성, 초보단계의 로켓 하나 개발하는 데도 다 설명하지 못할 일들을 겪어야 했다. 물론 기술 이전은 말도 못 꺼내게 하는 우주 강대국들의 견제 때문이다.

GDP 세계 11위인 한국이 2007년에 우주로켓 발사장을 갖게 되면 세계 13번째 발사장 보유국이 된다. 앞서 발사장을 보유한 나라 가운데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우주기술과 군사기술의 상관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ㆍ서방 G7이 주도하고 있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의 감시 하에서 적재 중량 500㎏, 사거리 300㎞ 이상의 군사용 로켓 개발을 못하게 되어 있다.

물론 우주용 로켓 개발에는 다른 변수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선 이 통제에서 유연한 조건이 필요하다. 보다 큰 위성을, 보다 높이 쏘아 올리기 위한 고성능 로켓의 개발을 과학자의 땀과 눈물에만 기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2007년에 발사할 국산 로켓은 우주 개발을 위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미의 우주 개발국이 되기 위해선 애국적 과학자들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군사정치적 지혜와 국민 성원이라는 3박자가 필요하다. 우주를 향한 우리의 꿈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