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단비같은 '아름다운 퇴장'

전성기의 한 정치인이 용퇴를 선언했다. 다가오는 5ㆍ31 지방선거의 도지사 후보 불출마와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이원종(64) 충북지사가 주인공이다.

이 지사는 4일 기자회견에서 “두 번에 걸쳐 도지사에 당선되고 40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국가로부터 크나큰 혜택을 입었고, 도민들에게서도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명예로운 퇴장이 평소 소망이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8년 동안 꿈꾸고 계획했던 일들을 거의 다 이루었고 오랫동안 쌓여왔던 충북의 현안들이 모두 해결됐기 때문에 뿌듯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기자회견 직후 한나라당 충북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가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1999년 자민련 소속으로 당선됐다가 2002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당 지도부와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돈다.

한 관계자는 “중앙당에서 이 지사의 충성도가 떨어지므로 이번에 지사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 나와 이 지사의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탈당계를 낸 것도 일종의 서운함의 표시로 해석한다. 하지만 한 충북도민은 “당선이 가장 유력했던 사람이 정치적 전성기에 용퇴 결정을 내린 것은 정말 신선하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 출신의 이 지사는 1963년 광화문우체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 사무관을 시작으로 92년 관선 충북지사, 93년 서울시장 등을 지냈다.

한편 이 지사의 용퇴로 차기 충북지사 선거 판도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유력한 후보로는 우선 한나라당에서 정우택 전 의원과 한대수 청주시장이 각축하는 양상이 됐고, 열린우리당에서는 홍재형 의원과 이시종 의원, 한범덕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