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살면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가 영어마을에 온 적이 있어요. 경기도와 서울시 영어마을을 모두 살펴봤다는 그 학부모는 프로그램은 좋지만 자기 아이와 수준이 맞지 않아 안 보내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영어 교육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영어마을 교사의 증언이다.

영어 실력이 곧 사회적 지위와 부를 보장하는 것처럼 돼버린 현실에서 부모들은 자식에게 질 높은 영어 교육을 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해외 어학연수와 사설학원 등 영어 사교육에 우리 국민들이 쏟아 붓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도가 지나칠 정도다.

취학 전 아동을 매달 수십 만원이 드는 사설학원에 보내는 것은 차라리 양반이다.

우리말도 깨치지 못한 유아들을 원어민 강사에게 맡기는가 하면, 심지어는 ‘버터 발음’을 위해 혀를 늘리는 수술까지 시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어쨌든 그 결과는 부유한 자녀들은 영어를 잘하고 못 가진 집의 자녀들은 상대적으로 영어를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고민한 지자체들은 2년 전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체득할 수 있다는 영어마을을 속속 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선풍적 인기다. 문제는 사교육적 성격이 짙은 영어마을 체험 기회가 아직은 지역, 소득에 따라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해외 어학연수나 유학 등의 부담을 덜고자 태어난 영어마을조차 아직은 교육 양극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는 곳, 돈으로 영어실력이 결정되는 일은 이제 그만 없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그 이전에 문법에 치중한 학교 영어교육의 대수술이 있어야 하겠지만.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