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고 총동창회는 개교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서울고 멘토 결연식’을 가졌다. 유명 동문 인사들이 재학생 후배들의 진로와 인생 상담을 해주는 멘토로 나선 것이다.

그 대열에는 경제, 법조, 언론계 등의 쟁쟁한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부는 멘토링 열풍을 잘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다.

멘토는 사실 따져보면 ‘선생님’이나 ‘스승’과 같은 좋은 우리말과 일맥 상통한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그런데도 서양의 멘토가 요즘 한국을 유행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급변하는 조직 환경에 맞춰 인재 확보 전략도 새로워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외국의 새로운 풍조를 무조건 받아들이기 전에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멘토의 등장은 우리 고유의 사표(師表)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본받고 싶은 역할 모델을 주변에서는 더 이상 찾아 보기 힘들게 됐음에 다름 아니다. 치열한 경쟁과 이기주의, 실적주의가 상호 존중과 배려, 동반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변방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던 예전의 미덕을 이제 다시금 떠올려보자. 어쩌면 한국 특유의 멘토는 그 안에서 보란 듯 부활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