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사무총장 14일 방한… 반기문 외교 등 면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한국을 찾았다.

1998년 10월 첫 방한했던 아난 총장의 방한은 이번이 두 번째. 당초 지난해 12월4일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을 잇달아 방문하려 했으나 당시 유엔 예산안을 둘러싸고 유엔 내에 갈등이 불거지자 아시아 국가 순방계획 자체를 연기한 바 있다.

아난 총장의 8년 만의 방한이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이번 방한에서 최근 일본과 분쟁에 휩싸여 있는 독도 문제가 거론될지도 주목거리다.

아난 총장은 방한 기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고 반 장관을 포함해 국내 주요 인사들을 두루 만나 북핵 문제와 유엔 개혁 등의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주최하는 오찬에도 참석하고 15일 오후엔 공동 기자회견도 연다.

아난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자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도 “아난 총장은 반기문 장관 등과의 면담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정세, 유엔 개혁, 개발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번 방문은 일본, 중국,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순방의 일환으로 일상적인 유엔사무총장 업무의 연장선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특히 반 장관의 차기 사무총장 출마 선언에 따른 불필요한 억측을 경계 “아난 총장은 차기 사무총장 선출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특정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난 사무총장도 최근 방문예정국 주요 매체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음 사무총장은 누가 유력한지 모른다”며 “결국 안보리와 총회가 결정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가장 훌륭한 후보가 선출될 것이라는 점뿐”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음 차례는 아시아라는 지역 순환 원칙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여러 차례 참배한 데 대한 비판론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서는 “한·중·일이 있는 동아시아는 지구촌의 매우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3국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서로 조화롭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살아가도록 돼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1938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지방장관을 지낸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아난 총장은 쿠마시에 있는 과학기술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행정관 및 재정담당관, 가나관광공사 전무이사, 제네바 국제연합 난민(難民)구제위원회 고등판무관, 유엔 재정부 예산담당관 등을 지냈다.

96년에 유엔 사무총장이 된 그는 취임 후 ‘개혁 총장’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사무국 내 1,000여 개 직책을 폐지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현역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으로 2001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