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야 코미디”

2003년 11월7일 국회 법사위원회 회의장에서 여야 의원의 설전을 지켜보던 강금실 법무장관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 유명한(?) 코미디 발언을 하였다.

그 이전과 이후에도 강 장관은 가장 권위를 앞세우는 집단에서 가장 거리가 먼 언행으로 ‘강효리’라는 애칭이 따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퇴임하면서도 “너무 행복해 미안하다”며 그다운 멘트로 지지자들에게 풋풋한 미소를 선사했다.

그리고 자연인으로 ‘너무 행복하게’ 지내던 강 전 장관은 그것이 미안했는지 아니면 자신을 천거한 정치집단의 체면불구한 구애가 안스러웠는지 정치인으로 변신, 집권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강풍(康風)은 매서웠고 예전의 인기는 식을 줄 몰라 서울시장은 떼논 당상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야당에서 오풍(吳風, 오세훈 바람)이 불면서 그의 존재는 가녀린 모습만큼이나 작아보였다.

그를 정말 화나게 한 것은 앞다퉈 구애하던 거물 정치인, 거대 여당이‘나 몰라라’하는 외면이 아니었다. 정치가 얼마나 추하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지 영입할 때 귀띔 한 번 안해준 데다 선거운동 과정에서그러한 모습을 보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선거 참패가 예상되자 자기 반성은 뒤로 한 채 정계개편 운운하다 이제는 국민에게 읍소하는 정말‘코미디’같은 당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그는 지친 모습으로 노을진 하늘을 바라보며 “정말 정치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미디 같은 정치가 아닌 진정 사람을 위하고 사람 냄새 나는 정치를.

그는 김수영의‘풀’이란 시를 좋아한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바람보다 먼저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

언제쯤 그가 정치를 보고 “코미디야 코미디”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될까.


박종진 차장 jjpa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