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교권 문제를 취재하면서 가슴이 착잡해졌지만 오랜 만에 세 분의 은사를 떠올리는 계기도 가졌다.

먼저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 체육 과목을 가르쳤던 선생님은 늘 사람 좋은 얼굴로 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학생들을 대하는 스타일이셨다. 그러나 당당한 풍채에 운동 잘하는 그 분 앞에서 아이들은 고분고분한 양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방과 후 청소 시간이었다. 의자가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책상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오른쪽 발가락을 그대로 찧었다. 소식을 들은 선생님은 부리나케 달려오셨고, 그대로 제자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또 달려가셨다. 그때 선생님의 등에서 전해졌던 제자 사랑의 온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분이다. 공수부대 출신으로 다부진 몸매를 가졌던 선생님은 늘 차분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키시는 분이었다.

한 번은 시험 성적이 나오면 떨어진 등수만큼 매를 들겠다고 선언하셨다. 반 전체가 성적 난조로 뒤숭숭할 때였다. 하필이면 그때 그 시험에서 전교 석차에서 100등 넘게 추락하고 말았다.

선생님은 약속을 지키셨다. 피멍이 몇 주나 갈 정도로 체벌은 무시무시했다. 그러나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았다. 사랑의 매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1, 3학년 때 두 번이나 담임을 맡으셨던 영어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분은 작고 가냘픈 체구였지만 덩치 크고 우락부락한 아이들에게 휘둘리지 않으셨다. 때론 논리정연하고, 때론 우회적인 화법으로 아이들을 능숙하게 다루셨다. 무엇보다 영어 실력이 출중하셨다. 그 분 마음에 한 번 들어보려고 열심히 공부한 덕택에 대학에도 들어갔다.

‘스승’은 수많은 제자들 머리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제자들 가슴 속에서는 하나의 기억으로 다시 합쳐진다. 그 분은 참된 선생님이었고, 사랑으로 제자들을 대하셨다는 사실이다.

교권이 추락한 오늘, 우리 아이들의 마음 속에 예전의 그 스승이 자리잡을 수는 없을까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