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의 생명과학은 또 하나의 개가를 올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김태국 교수팀이 과학저널 ‘네이처 케미컬바이올로지’ 온라인판 표지기사에 세포 노화 과정을 억제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 ‘CGK733’의 개발을 발표한 것. 이날 국내 언론들은 무병장수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노화 억제의 한 단초를 찾았다는 것이다.

2005년 발표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남자 73.9세, 여자 80.8세. 우리 사회도 이제 노령화로 치달으면서 ‘더 젊게, 더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노화 방지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노화시계를 늦추게 해줄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 교수팀은 우리에게 ‘노화란 일단 진행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는 그간의 통념이 언젠가는 깨질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회춘(回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우리 몸의 각종 장기(臟器)는 노화 속도가 서로 달라 세포 한 개의 노화를 막더라도 아직은 신체 전체의 노화를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교수팀의 개가는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걸음마 단계다.

우리가 생명과학 기술에 대한 성급한 기대와 욕망을 경계하는 이유는 그것이 생명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인류가 모두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까. 그것은 생로병사 의 질서를 깨뜨리는 위험한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불로(不老)가 아니라 죽는 날까지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건강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항노화 연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