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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생각] '회자(膾炙)'는 맛있는 음식




취업난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구백’ ‘십장생’이란 신조어가 나타났다. ‘이구백’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이십대의 90%가 백수”라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10대들도 장차 백수가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십장생’이라는 말도 같이 유행했다. 올 상반기에 진행된 주요 기업의 인턴사원 공채 경쟁률은 50 대 1을 넘기도 했다.

위는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이를 반영하여 등장한 갖가지 신조어·유행어를 소개한 보도 기사다.

실제로 상반기 주요 대기업들의 인턴사원 채용 경쟁률이 50 대 1에 이르렀다. 로레알코리아의 경우 인턴사원 20명 모집에 지원자가 1,000여 명으로 경쟁률은 50 대 1. 이 중 90% 이상이 외국 생활을 경험한 사람으로 토익 점수가 900점 이상이었다고 한다.

KTF는 인턴사원 46명 모집에 2,26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49대 1, SK네트워크사는 60 대 1,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50 대 1을 넘었다고 한다. 실습생 자리를 구하는 일조차 ‘바늘구멍’만큼이나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이어 새로운 유행어를 소개한 다음 예를 보자.

① 또 학벌·학점보다는 실무 경험을 중요하게 보는 기업이 늘면서 '취업 5종세트'라는 말도 회자됐다. '취업 5종세트'는 취업을 위해서는 자격증 소지, 인턴사원 경험, 아르바이트 경험, 공모전에서의 입상 경험, 봉사활동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어떤 일이 사람 입에 오르내린다고 하여 무조건 ‘회자된다’고 할 수 있을까.

입에 오르내린다고 하여 무조건 ‘회자되지’는 않는다. 큰 한 가지 조건이 있으니 그것은 그 내용이 칭찬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①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는 뜻일 뿐 의미 가치로 보아 ‘회자됐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꽤 멀다. ‘유행했다’ 정도가 어울린다.

② 김 부회장의 인사 문제가 너무 많이 회자되고, 사업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데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에 오늘결론을 내렸습니다.

②도 또한 김 부회장이 취해 온 바람직하지 못한 인사 방식이, 오랫동안 몸담아 오던 그룹에서 불명예 퇴출을 당하게 된 한 원인이 되므로 ‘회자되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자리에는 ‘지적되고’, ‘물의를 빚고’가 어울린다.

③ 박 교사가 퀴즈 프로그램에서 받은 상금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내놓았던 일도 회자된다.

④ 다리를 쓰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중고등학교 6년간 등하굣길을 함께하기도 하여 학교에서 널리 회자되었다.

⑤ 이 연극은 관객들 사이에서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회자된다.


③, ④는 남을 위하여 남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을 하였고 ⑤는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으므로, ‘회자되다’의 예로 적절하다.

‘회자(膾炙)되다’의 ‘회(膾)’는 “고기나 생선의 회”, ‘자(炙)’는 “구운 고기”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이에 따라 날고기, 구운 고기 같은 맛있는 음식처럼 행동 행실이나 작품 등이 좋은 방향으로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찬양받을 때 비로소 ‘회자된다’고 말할 수 있다.



입력시간 : 2006/07/12 15:14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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