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행정대학원 김광웅 교수는 7월 5일 ‘현대사회와 리더십’ 수강생 대상으로 ‘노 대통령이 시대에 맞는 대통령인지’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3년 초기에는 41.4%가 “그렇다”라고 응답해 “아니다”의 17.9%를 압도했다.

2004년에는 “그렇다”가 32.5%, 2005년에는 19.5%, 올해에는 16%였다. 2002년 말 선거 때는 56%였다.

동아일보 권재현 기자는 7월 4일자에 ‘등 돌리는 친노 지식인. 왜?’라는 기사에서 “진보적 지식인들과 예술인들의 반노(反盧)현상이 반정(反正)의 기운까지 엿보일 정도다. ‘친노의 난’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고 썼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 변화를 ▲비판적 차별화 집단 ▲지지 철회 집단 ▲사안별 비판 집단 ▲침묵(?)하는 집단으로 4분화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부류는 ‘지지 철회 집단’으로 ▲지난호 컬럼에서 소개된 최장집 고려대 교수 ▲한국일보에 수요칼럼(쓴소리)을 쓰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과연 세 교수가 그럴까. 특히 강준만 교수가 지지 철회자일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2001년 4월), ▲ ‘노무현 죽이기’(2001년 7월), ▲ ‘노무현은 배신자인가’(2003년 12월) 제목의 칼럼에서 대통령후보에서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노무현’이란 이름 석 자를 추적해 비평한 강준만 교수. 과연 그는 지지 철회자일까?

본인의 대답은 아니지만 답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1956년생인 강 교수는 자신을 수식하는 말을 가진 드문 이다. “최소 하루 20장의 원고지, 한달 600장 이상의 글을 월간 ‘인물과 사상’ 등에 쓰는 실명 비평의 선두주자”다.

이런 강 교수가 2004년 4월에 ‘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 편을 출간한 이래로 지난 6월 26일 ‘1990년대 편- 3당 합당에서 스타벅스까지’ 3권을 펴냄으로써 ‘한국 현대사 산책’은 18권으로 완결된 셈이다.

’1990년대 편’만 ?어보면 강 교수는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철회될 수 없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것은 그의 ‘현대사 산책 1부 1940년대 편- 8.15해방에서 6.25전야까지’에서 6부(1990년대 편)까지의 각 맺음말에 잘 집약되어 있다.

강 교수가 노 대통령의 지지 철회자가 될 수는
없다. '나'라는 개인이 갖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운명'은 지지 철회라는 '분열'을 넘어 노
대통령과의 '연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대 편’ 맺음말에서 결론짓고 있다. 좀 길게 이를 인용해 본다.

“ ‘월드컵 신드롬’(2002년)이란 예외적인 바람의 기운을 타고 2002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은 바로 그렇게 달라진 세상 문법을 상징했다. 90년대에 이루어졌던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라는 차별화 또는 구별짓기 시도는 이제 ‘참여정부’라는 구호로 바뀌었다. 훗날 밝혀진 바와 같이,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하에서도 광범위하게 저질러지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등 구시대의 문법은 상당부분 건재했기에, 노무현은 그들과 선을 그으면서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고자 했다.

노무현의 전략은 ‘해체’였다. 그의 국정 운영은 통합을 내걸면서도 끊임없이 분열을 추구했고, 분열이 명분과 만나 뿜어내는 열기로 정권의 몸을 덥혔다. 노무현은 집요하게 기존제도와 조직을 불신하면서 국민과의 직거래를 추구했지만, 그가 만나는 국민은 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국한되었다.

3당 합당 이상의 분열을 내장한 통합 시도였다.

2000년대 중반의 한국인에게 분열은 우리의 운명이 되었다. 분열을 우리의 운명이라는 걸 인식하는 건, 이제 ‘통합이 아니라 ‘연대’가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자꾸 되지도 않을 통합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갈등과 증오도 일어나는 것이다. ‘분열’은 ‘우리’의 운명이자만 ‘연대’는 나의 ‘운명’이다. 그게 90년대의 한국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지도 모른다.”

어떻든 강 교수가 노 대통령의 지지 철회자가 될 수는 없다. ‘나’라는 개인이 갖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운명’은 지지철회라는 ‘분열’을 넘어 노 대통령과의 ‘연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현대사 산책’ 1부 1940년대 편 맺음말에서 주장했다. “ ‘전투적 극단주의’(해방정국 속 좌·우의 대결)의 유산은 2004년의 한국사회에도 펄펄 살아있다. 좌·우 어느쪽이건 늘 에너지는 과잉이다. ‘오버’는 기본이요, 필수다. 그래서 재미있고 무한한 가능성도 열려있긴 하지만, 이젠 ‘중간’으로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강 교수는 탄핵의 해(2004년)를 넘어가는 낙관론에서 ‘현대사 산책’의 발을 멈췄다.

전투적 극단주의’를 넘어 ‘중간’으로 가고픈 낙관의 결론은 “‘분열’은 ‘우리’의 운명이지만 ‘연대’는 나의 ‘운명’이다”는 달관에 도달했다.

’연대’를 꿈꾸는 강준만 교수는 노무현의 지지 철회자일 수는 없다.

그의 이번 책에는 ‘김영삼의 회고록’, ‘박철언 회고록’이 많이 인용되어 있다.

회고록을 낼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은 꼭 강 교수의 ‘현대사 산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대통령에 나설 이들에게도 이 책은 필독서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