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목어’라는 물고기는 해산물 중 아랫길.
윤기도 없는 데다 볼품도 없었지.
그래도 씹어보면 산뜻하여 겨울철 안주론 괜찮았다네.

한때 임금이 피란하여 바닷가에서 머무실 제
목어가 마침 수랏상에 오르어 요기를 해 드렸지.
임금이 ‘은어’라 작명하고 특산물로 길이 바치게 하셨다네.

난리 끝나 임금이 환궁한 뒤 진수성찬끼리 뽐낼 적에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건만 임금의 선택을 한 번도 못 받았지.
이름도 빼앗기어 도로 ‘목어’로 떨어지니 한순간에 버려져 푸대접을 받았다네.

②‘도루묵’이라는 이름에는 확인되지 않은 고사가 얽혀 있다. 조선시대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란을 갔을 때, 한 백성이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쳤는데 임금이 먹어 보니 아주 맛이 좋아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임금이 문득 은어가 생각나 먹어 보고는 맛이 예전과 달라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해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도루묵’이라는 물고기가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유래를 소개한 내용이다. ①은 조선시대의 이식(李植)이 지은 한시(漢詩) ‘환목어(還目魚)’를 풀이한 것이고, ②는 백과사전의 설명을 인용한 것이다. 그럴싸한 이 고사는 맞는 것일까. 이런 식의 줄거리로 된 어원 이야기는 상당히 큰 세력으로 널리 퍼져 있다.

이와 같은 어원설이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불과하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조항범 교수 등은 ‘도루묵’이 문헌에 ‘돌목’으로 나타나므로 ‘다시’라는 뜻의 ‘도로’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즉 ‘돌목’은 다음과 같이 ‘목’이라는 물고기 이름에 ‘돌’이 붙은 말이라는 것이다.

돌목 = 돌 + 목(물고기 이름)

‘돌’이 붙은 해산물로는 이 밖에도 ‘돌가자미’(돌 +가자미), ‘돌농어’(돌 +농어), ‘돌붕어’(돌 + 붕어), ‘돌상어’(돌 +상어), ‘돌전복(돌 +전복)’이 있다. ‘돌’은 ‘품질이 떨어지는’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돌목’이라는 말의 흔적은 ‘돌묵상어’, ‘돌묵상엇과’에서, 또 함남 방언인 ‘돌묵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돌목’이 ‘도르목’을 거쳐 오늘날 ‘도루묵’으로 바뀐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돌목’→ ‘도르목’→ ‘도루묵’

‘돌목’은 물고기의 한 종류를 가리키기도 하고, 산란한 후 체내지방이 다 빠져나간 뒤부터 맛이 떨어져 있을 때 잡힌 ‘목’을 가리키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 소득이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이를 때 ‘말짱 도루묵’이란 말도 이를 비유하여 한 말이다.

평남에서는 ‘돌메기’라고도 하는 ‘도루묵’. 이젠 ‘피란 중인 선조 임금’과 으레 연관 짓는 일은 조심스럽게 된 셈이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