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현장서 구슬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들

▲ 이상영(왼쪽)씨가 강원도 평창의 한 가옥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직접 와서 보니 홍수 피해가 훨씬 심각하네요. 농민들이 자포자기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집중호우로 가장 큰 수해를 입은 지역의 하나인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송정리 일대. 7월 23일, 무너진 흙더미와 토사로 엉망이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연신 흙을 퍼나르던 자원봉사자 이상영(50)씨는 기자의 카메라를 보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수해 농민 걱정부터 먼저 했다.

이 씨는 가족과 상의한 끝에 일가족 모두가 강원도의 수해 복구에 참여하기로 하고 부인과 아들,그리고 두 딸과 대전에서 아침 7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대학 3학년인 큰딸 진영(22) 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동해안으로 놀러가려다 뉴스에서 홍수 피해가 엄청난 것을 보고 도와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빠가 마침 얘기를 꺼내 기꺼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재수생인 둘째딸과 고등학생인 아들도 입시를 앞둔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농민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부모의 산교육에 동참했다.

이 씨 가족이 수해 현장에 도착해보니 그들처럼 개인 일도 팽개치고 수해복구 자원봉사에 나선 보통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직장인 박영은(24ㆍ여) 씨는 전남 광주에서 휴가 대신 수해복구를 위해 멀리서 달려왔다. “다 같은 이웃인데 얼마나 상심이 컸겠어요.”박 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듯 일이 힘들어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경기도 포천에서 온 진현숙(25ㆍ여) 씨와 수원의 서미란(32ㆍ여) 씨는 직접 고무장갑 등을 챙겨왔다. 노인ㆍ어린이를 돌보고 설거지, 빨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들은 “인터넷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클릭했다가 뜻이 맞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수해 복구 현장에는 경찰대생인 김병준(20ㆍ1학년) 씨, 인천에서 온 정선영(22) 씨 등 젊은 대학생들도 많았다. 경기도에서 치과의사를 하는 박승오씨(58), 운전기사인 인연욱씨(30) 등 지역과 나이, 직업도 다양했다.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서는 충남 당진군 고대면에서 단체로 온 38명의 농민이 수해복구에 힘을 실었다. 근처 단양 수해지역으로 가려다 “농민 심정은 농민이 안다”며 피해가 더 심한 평창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강원도 정선의 정암사 부설 유치원 교사, 학부모도 팔을 걷고 나섰다.

농장 주인 김정영(55) 씨는 “이런 비 피해가 난생 처음이었지만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러 오신 것도 처음”이라며 “이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희망을 갖고 다시 새출발하겠다”고 고마워했다.

강원도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진 7월 28일, 자원봉사자 이상영 씨는 걱정과 함께 더 도울 일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인들과 고위 관리들은 단지 언론에 생색내기 위한 사진을 찍으려고 너도나도 수해 현장에 달려간다. 어떤 정치인은 그곳에서 골프를 치기도 하지만···. 그러나 수해 농민이 정말로 반기는 사람은 정치인보다는 각지에서 불원천리 달려와 자신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 이 시대의 보통 이웃들일 것이다.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나고 이제 본격 휴가철. 수해 농민들은 쉴 틈이 없다. 올 여름 우린 강원도로 떠날 일이다. 저들처럼 수해 복구에 자원봉사하러 가든가, 아니면 강원도 바다로 피서 가서 울상짓는 상인들을 도와주든가.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