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1층 대강의실에선 국내 최초의 성전환자 실태조사 보고 대회가 열렸다. 국회의 한 관계자가 두어 달 전 “성전환자들이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예정”이라고 귀띔한 바 있어 언론의 열띤 취재 열기를 예상했으나 뜻밖에도 그곳은 썰렁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의 성전환자 호적변경 허가 발표를 크게 다뤘던 주류 언론은 단 한 곳도 취재기자를 보내지 않은 듯했다. 실태조사의 대상이었던 성전환자들도 끝내 단상에 모습을 나타낸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까닭에 보고 대회는 조금 맥빠진 면이 없지 않았으나 실태조사를 진행한 담당자들이 성전환자들의 실상을 차분하게 전달하는 동안 분위기는 자못 진지했다.

그런데 보고 대회는 엉뚱하게도 마지막에 마련된 질의 응답 시간에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 참석자가 성전환자 관련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태 조사로는 조사 대상이 너무 적어 대표성이 부족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조사 담당자들은 성전환자들의 삶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진다는 점에서 조사는 그만한 가치를 가진다고 응답했다.

양측의 공방은 쉽게 그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성전환자들의 숫자가 우리나라에만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3만 명에 이른다는 추정이 있기는 하나 그게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그들은 어차피 한 번도 양지에 서본 적이 없는 소수자 아니었던가.

소수자의 문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숫자 놀음으로 풀기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안이다.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단 한 명의 고백이라도 놓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들은 원래 소수였으니까 말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