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1931년생, 71~75년 청와대 대변인, 75~80년 문공부 장관, 싱가포르 대사 역임)은 지난 8월 16일 ‘박정희를 말하다’를 냈다. 그는 1999년 10월에는 ‘한국정치 100년을 말한다’를 펴내기도 했다.

‘박정희를···’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5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했다. 이 책에 나온 어느 대목에, 아니면 책 전체에 동감했기 때문이었을까?

김성진은 한국일보 견습기자 출신으로 70년 5월 동양통신 정치부장으로 재직할 때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되었다. 308쪽의 책에는 박 전 대표와 관련된 내용이 두 군데 나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되기 직전인 79년 10월 5일께 일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조선일보 정치부 안병훈 부장을 해임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야당 당수 징계 대작전’이라는 정치부 기자 좌담기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 기사에는 ‘김영삼 의원의 국회 제명을 추진하기 위해 신라호텔 2029호실에서 김계원, 차지철, 김재규, 박준규, 태완선 등 고위급 인사들이 비밀회의를 갖고 그 대책을 협의 결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차지철 경호실장이 이런 정치문제에 표면적으로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쓰여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정치권력은 행정력보다 막강하다. 그때에는 경호실장의 권력이 가장 강력했기 때문에 중앙정보부가 언론통제에 나선 것이다. 박근혜는 최필립 보좌관(의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이 필화사건을 아버지에게 직소하면서 시정토록 간청했다. 마치 어머니 육영수의 역할을 대행하는 듯 보였다.

대통령의 딸로부터 압력을 받은 중앙정보부는 뒤늦게 해직 시도를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조선일보에 사정하는 웃지 못할 사태를 연출했다. 여기서 피해자는 엉뚱하게도 김재규의 중앙정보부가 되고 말았다.>

김성진은 책에서 이후락, 김재규, 차지철, 박종규 등 과잉 충성분자들이 제2인자 자리를 노리고 선택한 강경노선이 끝내 10.26 궁정동 암살까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이름은 또 한번 등장한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5년 한국일보가 조사한 한국 역사적 인물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다.

<▲ 가장 일 잘한 대통령: 1위 박정희(72.4%), 2위 김대중(18.4%), 3위 전두환(1.6%) *노무현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
▲ 영향력 있는 정치인: 1위 박정희(71.9%), 2위 김대중(26.5%), 3위 전두환(11%), 6위 노무현(4.1%).
▲ 영향력 가장 큰 여성인사: 1위 박근혜(20.1%), 2위 육영수(14.3%), 3위 박순천(7.7%).>

김성진은 집권 18년의 ‘박정희의 시대’를 회고하면서 “반(反) 민주적이라고 비판 받으면서 중산층을 강화한 박정희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중산층을 무너뜨린 노무현 중 어느쪽이 진정 민주주의에 이바지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한국일보 여론조사를 인용한 것이다.

그는 주장을 계속했다. “이들 여론조사의 결과가 정부지원을 받은 시민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과거사 진상조사’의 지향점과 일치할 것인지 관심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민주화 투쟁’이 단순한 ‘정권투쟁’에 지나지 않았는가, ‘민주화’가 아니라 ‘친북화’또는 ‘주체사상화’를 기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도 결국은 우리들의 문화의식 그리고 역사의식의 정도에 달려있다. 역사의 교훈은 바로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오직 한가지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금도 우리의 민주주의가 미완성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함부로 ‘독재’라는 말을 경솔하게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박정희를···”는 인용된 자료 등을 통해 볼 때 올 6월 이후에 쓴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독재자 박정희’, '반 민주주의자 박정희’, ‘자주, 자립, 자위, 자강, 자존주의자 박정희’를 차분히 회상하고 기록했다. 비판하지는 않았다. 칭찬하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의 입’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2007년의 대선이 ‘박정희를 평가하는 종점’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2005년 10월에 작성된 도쿄 기독교대학 니시오카 쓰토무 교수의 ‘한반도 중장기 전망과 일본의 대응’이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2007년을 내다봤다.

니시오카 교수는 전망했다. “북에서는 ‘악마적 존재’인 김정일 테러 정권이 내외로부터 압력을 받아 붕괴로 치닫고 있다. 그 반면 남쪽에서는 친북 좌파 정권이 한·미·일 3각 협조에서 이탈하여 김정일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미 우익 세력이 격렬한 저항을 전개하고 있어서 차기 대통령 선거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 두 개의 위기가 혹시라도 한국과 김정일 정권이 연방제 통일을 강행하는 결과를 초래해, 핵을 보유한 국가가 한반도 전역을 지배하는 최악의 사태로 변전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 한국에서는 지금 건국 이래의 역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함으로써 국가 해체를 통한 레지임(regeme) 체인지가 진행 중이다.”

연합통신 초대 사장을 지낸 언론계 원로인 김성진은 내다봤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체성의 위기가 해소 극복되는 최선의 기회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친북세력이 실각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 그래서 2007년 대선은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찌 국가적 관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겠는가? 박정희를 지지하건 반대하건 대선에 나설 주자들은 김성진 전 문공부장관이 던지는 ‘박정희를···’에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