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서울대 교수, 혈당 수준 유지 AIMP1 단백질 발견

줄기세포의 거품이 빠진 이후에도 한국 생명과학계의 전진은 쉼없이 계속되고 있다. 또하나의 주목할 만한 개가가 나왔다. 주인공은 서울대 단백질합성효소네트워크 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성훈 교수다.

김 교수는 최근 혈당 수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AIMP1’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의학계는 이로써 당뇨병 예방과 치료의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이전에는 혈당이 주로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며 이 조절이 균형을 잃으면 당뇨 등 심각한 대사 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 같은 오랜 통념을 깨면서 혈당 수준의 유지가 인슐린, 글루카곤, AIMP1 단백질의 공동 협력에 의해 이뤄짐을 밝혀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업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낳은 이번 성과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PNAS’(미국 국립학술회원보)에 12일 게재됐다.

김 교수 연구팀은 AIMP1이 글루카곤과 함께 췌장의 호르몬 분비세포인 알파세포에 농축돼 있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또한 혈당의 농도가 낮아지면 AIMP1이 췌장으로부터 글루카곤을 분비하게 하고, 간과 지방조직으로부터는 글루코스를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밝혀냈다.

이에 앞서 김 교수팀은 수년 전부터 AIMP1이 신호전달 물질로서 면역증강(2001년), 혈관조절(2002년), 세포재생(2004년)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바 있다.

김 교수팀은 AIMP1의 의료적 쓰임새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AIMP1이 글루카곤에 비해 혈당 회복 능력이 빠르고 지속적이어서 저혈당증을 비롯한 대사질환 치료와 신약 개발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김 교수팀은 국내외 생명과학 기업들과 함께 AIMP1의 다양한 생리 조절 기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의약품 연구개발을 공동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의 연구 성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AIMP3’라는 단백질이 암 억제 유전자 ‘p53’을 활성화하는 한편 세포 내 DNA의 손상도 방지해 염색체 구조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또한 2005년에는 AIMP3이 백혈병이나 간암 등 다양한 종류의 암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라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 성과는 생명과학 학술지인 ‘Cell’과 ‘Nature Medicine’ 등에 발표돼 과학자들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유명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포함해 약 90편에 달하는 논문과 30여 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2003년에는 제9회 한국과학상 생명과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뚜렷한 학문 업적을 쌓아 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