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티 육군 총사령관, 쿠데타 이후 행보에 세계가 주목

군사 쿠데타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음험하면서도 극적인 권력 쟁취다. 군인들이 총칼과 전차를 앞세워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나라 전체가 한순간 얼어붙어 버리지만, 쿠데타 세력 입장에서는 특별한 지지층이나 절차적 정당성 없이도 일거에 최고 권력을 손에 쥐기 때문이다.

19일 발생한 태국 군부의 쿠데타는 그러나 통상적 쿠데타와는 좀 다른 양상이다. 국민들이 공포에 떤다거나 동요한다는 소식은 별로 전해지지 않을 뿐더러 태국에서 추앙 받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도 금세 쿠데타 세력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그동안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실정과 개인 비리로 인한 민심 이반이 상당히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태국 내부의 정세와는 달리 국제사회는 이번 쿠데타에 다소 부정적 견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나 미국 백악관 등도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제 태국 정정(政情)의 향배는 쿠데타 주도 세력에 달려 있다. 아울러 관심의 초점은 그 주역인 손티 분야랏글린(59) 육군 총사령관에게 모아지고 있다.

손티 총사령관은 불교 국가 태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최고위층까지 오른 이슬람교도다. 태국인 가운데 불교도는 94%에 달하며 이슬람교도는 불과 4%밖에 되지 않는다.

그가 총사령관 자리에 앉은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 탄탄한 경력, 군 안팎의 두터운 신임 등 개인적 장점도 컸지만 태국 내 이슬람교도의 분리독립 운동이라는 정치 변수도 적잖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태국 남부지역에서는 그동안 이슬람교도의 폭동이 심심찮게 이어져 왔다. 때문에 탁신 정부는 군 최고수뇌에 이슬람교도인 손티 총사령관을 앉힘으로써 어떤 돌파구를 모색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손티 총사령관은 이슬람 문제 해법을 놓고 오히려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는 이슬람 시민군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이를 번번이 일축한 것이다.

손티 총사령관은 탁신 총리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군 내부에서 국왕의 측근 인사로 분류돼 왔다. 그래서 태국 국민들 사이에 절대적 존재인 푸미폰 국왕을 공공연히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거듭한 탁신에게 진작부터 반감을 가졌다.

이런 까닭에 손티 총사령관은 최근 탁신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이 나라의 문제가 국왕 폐하를 슬프게 만들었다. 폐하의 군인으로서 그가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미묘한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적지 않은 정치 관측통들은 이때부터 쿠데타의 가능성이 싹을 틔웠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어쨌든 ‘민주개혁평의회’를 구성하는 등 권력을 완전 장악하는 데 성공한 그는 쿠데타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10월 초까지 임시헌법 초안을 만들 것이며 새 의회가 구성되면 새 총리도 임명될 것”이라며 자신은 2주 안에 임시 총리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하지만 향후 태국의 민주주의 회복 일정이 그의 발표대로 진행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태국은 이번 경우까지 포함하면 모두 19차례나 쿠데타를 경험한 역사가 있다. 더구나 내년 10월 총선까지는 시간이 너무 길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계는 근심어린 눈으로 태국을 바라보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