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박정희 김구 이승만 김대중 김영삼…

요즘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미술 경매를 접목한 결과다.

안중근은 순일한 삶과 극적인 죽음이 역사를 가로질러 우러름의 대상이 되면서 그의 작품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순국하기 전 뤼순 감옥에서 쓴 글이 2억원을 넘어 국내 서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글씨 자체만 보면 작품성이 한참 떨어지나 마니아층이 두터운 관계로 역대 대통령 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라는 확실한 키워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추종자들은 무슨 부적처럼 그의 흔적만으로도 힘을 얻고 위안이 된다고 한다.

백범 김구는 역사적 무게를 풍기는 삶이 매력이다. 눈 오는 벌판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발걸음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선시는 현실의 정치보다는 역사의 심판을, 일신의 안위보다는 후손들에게 모범이 되는 길을 가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이승만은 달필과 우리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로 다분히 희소성이 작품값을 높인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은 체면치레를 하지만 너무 정치적이어서일까 작품값에 한계가 있다. 다른 정치인들은 경매에 좀처럼 나오지 못하고 나오더라도 시큰둥한 반응을 얻는다.

그만큼 작품을 대하는 민심은 매섭다. 일반 컬렉터들이 재테크를 궁리하지만 민심은 쓴 사람의 삶을 가슴에 담아 평가한다.

흔히 글은 얼굴이요 마음이라고 한다. 글을 남긴 이와 이를 바라보는 눈높이는 그 시대, 그 나라 수준의 바로미터다. 작품값, 사람값은 모두의 몫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글씨를 남겼다면 그 가격은 얼마나 될까?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