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생략>

○다음 중 “상대편이 눈치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미리 슬그머니 일깨워 줌”을 뜻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귀띔’입니다.

○다음 문장을 보고 제시된 동형 이의어(同形異意語)의 길고 짧은 발음을 정확하게 구별해서 읽어 주세요.
-(출연자, 장단을 지키며 읽는다.) 남쪽 고장으로 가다가 자동차가 고:장 나 한참 애를 태웠다.

○다음은 띄어쓰기 문제입니다. (바로 자막이 떠오른다.)
-(출연자, ‘띄고’, ‘띄고’ 하며 문장을 읽는다.) 비 오는 날이면 노릇노릇하게 부친 빈대떡 생각이 난다.

○다음의 두 가지를 모두 뜻하는 두 음절의 낱말은 무엇일까요?
①꼴이 볼 만하다는 뜻으로, 남의 언행이나 어떤 상태를 비웃는 뜻으로 이르는 말. ②경치 따위가 꽤 볼 만함.
-‘가관’입니다.

○다음 세 가지를 모두 뜻하는 낱말은 무엇일까요?
①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거나 엮어서 담 대신에 경계를 지어 막는 물건. ②신발의 양쪽 가에 댄, 발등까지 올라오는 울타리. ③속이 비고 위가 트인 물건의 가를 둘러싼 부분.
- (출연자, 잠시 생각하다가) ‘울’입니다.

―사이―

○(기쁨이 가득 찬 큰 소리로) 정답입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서 여덟 번째 우리말 달인이 등장했다. 지난 9월 25일 저녁의 일이다. 백여섯 문제를 놓고 다른 네명과 힘을 겨룬 끝에 영광의 주인공은 경찰공무원 기은택 씨.

프로그램 개편 전인 작년만 해도 2월에는 김기만·최원정 아나운서 조(組)가, 4월에는 최초희·김민영 씨 조가 달인이 되어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줬는데 이후 거의 1년 반이 되도록 달인 소식이 없어 답답하던 터였다. 진행자인 한석준 아나운서가 자신의 일처럼 환호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방송국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우리말 달인’이 되는 길은 혹 없을지 생각해 보자. “말이나 글에 목적이 뚜렷이 드러난다, 내용이 충실하다, 내용이 정확하고 분명하다, 구성이 탄탄하다, 말과 글이 쉽고 자연스럽다. 아울러 말이나 글 전체에 일관성, 긴밀성, 완결성도 보인다”면 ‘달인’이 될 수 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럴까. 그런 요건을 갖추었다고 하여 ‘달인’이라 했을 때 그 ‘달인’이라는 말에서 ‘능통함, 자신만만함, 전문성, 권위, 위엄’과 같은 것이 떠오를 뿐 뭔가 허전함이 남지는 않을까.

여기에 더하여 “말한이·글쓴이의 정성과 진실이 담겨 있다”를 넣되, 그 비중을 높이면 어떨까. 얼마 전 교육부에서 발표했듯이 학생들은 체벌보다도 언어 모욕에 더 심한 반감과 혐오를 느낀다. 내용과 형식을 잘 갖췄을지라도 남에게 반감과 혐오를 일으키게 하는 말이라면 그렇게 말한 사람을 ‘달인’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말 중 가장 아름다운 말로 꼽힌 ‘사랑’과 ‘어머니’. 같은 값이면 사랑 가득 담긴, 어머니 품속 같은 말이나 글로써 일러 주는 사람이 ‘또 하나의 달인’이 되면 어떨까.

유창균 교수는 ‘말(언어)’이 ‘말’과 관련 있다고 했다. 이 ‘말’의 원뜻이 ‘인연(因緣)’, ‘연유(緣由)’이니 ‘말’이야말로 사람 사이에서 ‘인연’을 맺게 하고,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그 관계를 이룩해 주고 유지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른 나라에선 초고난도(超高難度) 언어로 분류했다지만 우리에겐 다시 없이 정겨운 ‘한국어’가 있고, 지난 1,000년 사이에 만든 것 중 우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또 남들도 극찬하는 문자 ‘한글’이 있다.

이런 인연과 우리가 받은 복을 소중히 여기며 이왕이면 남에게 ‘울림’과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달인’이 되는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