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부회장 '2006 세계여성상' 경영부문 수상… 아시아인으론 처음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는 날을 보고 싶습니다.”

아시아인 최초로 2006년 세계여성상(Women's World Awards 2006) 경영부문(Business Awards) 수상자로 선정된 이미경(48) CJ그룹 부회장은 이 같은 포부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세계여성상은 2000년 오스트리아의 작가 게오르그 킨델이 창설한 세계상의 여성 부문으로, 올해 세 번째 시상이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각) 오후 9시 뉴욕 맨해튼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세계여성상 위원장인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으로부터 영예의 트로피를 받았다. 자선 부문의 배우 샤론 스톤,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배우 우피 골드버그, 성취 부문의 샤나 테일 등과 함께 상을 받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여 한국 여성의 위상을 드높였다.

“CJ엔터테인먼트를 국제적인 브랜드로 키웠을 뿐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영상 산업을 넘어 인터넷, 케이블TV 분야까지 진출한 탁월한 비즈니스 리더”라는 게 세계여성상 위원회가 밝힌 이 부회장의 선정 이유다.

2005년 1월부터 CJ그룹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를 총괄하고 있으며 글로벌사업 부문을 이끌어왔다. CJ가 스필버그 감독과 제프리 카젠버그가 공동 설립한 드림웍스에 투자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 동아시아지역학 석사(1987)와 중국 후단대 박사(1992)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다진 탄탄한 인맥이 그의 큰 자산이다.

‘한류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는 내년 가을에는 미국 LA에 영화상영관인 CGV를 열어 한국영화를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다.

현재는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영화계 인사로 우뚝 섰지만, 이 부회장이 영화를 업(業)으로 삼은 데에는 미국 유학시절 당한 서러움이 그 바탕이 됐다. “당시 한국은 가난한 나라, 6.25전쟁으로 미국이 도와준 나라 정도로 알려졌었다. 심지어 한국 역사를 일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이런 인식을 뒤집어보고 싶었다.”

이렇게 왜곡된 한국의 모습을 영화 비즈니스로 바로잡으려는 게 이 부회장이 문화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그는 ‘체력이 국력’이라는 옛 구호 대신 ‘문화콘텐츠력(力)이 글로벌시대 국력의 지표라 여긴다. 또한 한국인의 ‘힘’을 믿고 있다. “격동의 세월을 지나온 한국 사람들의 역동성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힘”이라며 한국 영화의 세계화 성공 가능성을 자신한다.

향후 도전하고 싶은 또 하나의 분야는 ‘교육’. 이 부회장은 “요즘 아이들은 미니 홈피를 만들고 창작을 할 줄 안다. 이들의 창의성을 교육을 통해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차세대 주역들의 창의성 계발을 강조했다. 문화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키워나가는 그의 활약상를 기대해본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