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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인물] '진실'을 가슴에 안고 역사 무대 뒤로…
최규하 전 대통령 영면… 12·12, 15·18실체 밝힐 비망록 여부



정치인들이 26일 오전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故 최규하 대통령 국민장 영걸식에서 헌화를 하고있다. 박서강 기자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부터 80년 8월 16일 대통령직을 사임할 때까지의 역사적 격동기를 이끈 주연 배우 중 한 사람이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이 10월 26일 국립 대전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에 영면했다. 최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서울 서교동 자택에서 급성 심부전증으로 숨을 거뒀다. 향년 88세.

한국 외교사에 큰 족적을 남겼던 최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 못지 않게 우리를 더욱 아쉽게 하는 것은 그가 당시의 진실을 증언하지 않은 채 말없이 역사의 무대를 떠났다는 점이다.

그는 10개월간 국가원수라는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숱한 격변을 겪었다. 그중 ▲신군부가 자행한 12·12 군사쿠데타 때 정승화 당시 육군 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의 체포재가서에 서명한 과정 ▲5·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 계엄군의 발포 명령을 허락했는지 여부 ▲80년 8월 돌연 전두환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에게 정권을 이양한 배경 등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는 이런 일련의 비극적 사건을 최종 재가하고 지켜봤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진실의 실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의 불법적인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가지만 그들은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에서 철저히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무심하게도 끝내 무거운 입을 열지 않았다.

평소 그가 누누이 말한 "대통령 재임 중에 행한 국정행위에 대해 증언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퇴임 후에도 그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둔하면서 진실 공방에서 비켜나 있었다.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갈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최 전 대통령은 평소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메모나 일지 형태의 비망록은 남겼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한 측근도 “최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신 비망록을 남겨 놓을 테니 내가 죽은 뒤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칫 무덤 속에 영원히 묻혀질지도 모를 역사의 진실이 그의 비망록을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고인의 빈소를 찾은 전두환 전 대통령도 “비망록이든 회고록 형식이든 발표되면 여러분이 궁금하게 여기는 점들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해 비망록 내용이 더 기대된다.

‘최단명 대통령’인 최 전 대통령은 1919년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했다. 41년 일본 도쿄고등사범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사범대학 조교수를 거쳐 46년 중앙식량행정처 기획과 과장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51년 외무부 통상국장으로 외교관 길에 들어선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67년 외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76년 국무총리가 되었고 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숨지자 그해 12월 6일 제 1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60여년 간 해로해온 부인 홍기 씨가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로 투병 끝에 2004년 7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후 최 전 대통령의 건강은 더 악화됐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삶은 무기력했지만 생활인으로서 그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귀감이 됐다. 소박과 검소, 성실 그 자체였다. 서교동 2층 단독주택에서 40년간 살았고 2003년까지 연탄 보일러로 난방했다. 재임 기간 자신이나 친인척과 관련된 추문이나 비리 게이트, 부동산 투기 등은 전혀 없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어도 풀어야 할 역사적 숙제는 남아 있다. 국민들은 그의 비망록이 있다면 하루 빨리 공개되기를 기대한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당시 신군부의 폭거에 대해 역사의 단죄를 내리기 위해서다. 비운의 최 전 대통령은 총부리 압력이 없는 저 세상에서나 이승에서 못다한 말을 모두 털어놓으려나.

맘 편히 잠드소서.



입력시간 : 2006/11/01 13:3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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