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이 나오니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환경호르몬이 검출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한 방송사에서 플라스틱 식품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보도를 내보낸 이후 주부들 사이에 연일 논란이 분분하다. 벌써 집에 있던 플라스틱 용기들을 서둘러 내다버리는 주부가 있는가 하면, 유리 용기제품이 인기를 끌며 팔리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이처럼 이번 사태를 접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업체 간에도 주장이 엇갈리고 당국의 입장도 미적지근하면서 어딘가 분명치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연 플라스틱 용기는 식기로서 안전한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불행하게도(?) 하나의 정답이 아직까지 없다.

이미 환경호르몬의 위해성을 경고해 온 학자들이나 환경단체들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PC(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또 일부 기업도 이번 기회에 소비자들에게 PC 제품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물론 경쟁업체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연구 자료를 내놓으며 반박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공통분모가 있다면 그건 ‘PC 제품이 열을 받을 때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반대로 PC제품이 열을 받지 않을 때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위험이 거의 제기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호르몬 논란으로 수세에 몰리게 된 업체는 “뜨거운 온도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더라도 이는 까다롭기로 이름난 국내 환경 기준치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한다.

그럼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것 하나 명확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마냥 안심하거나, 그렇다고 사용해 오던 플라스틱 용기들을 죄다 갖다 버려야만 하는 것도 기우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플라스틱 용기도 용도에 맞게 적절히 쓰자는 취지”라고 말한다. 굳이 어느 제품은 좋고 어느 제품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시중에서 판매되는 플라스틱에는 재질이나 사용법 등이 표기돼 있다. 라벨에 쓰여진 ‘PC’ ‘PP’ 등의 표시는 그 제품의 재질을 말해 주니 소비자에게 일단 첫 번째 선택의 조건은 주어져 있는 셈이다.

어찌 됐든 플라스틱 용기의 위해성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 소비자들은 다양한 정보들을 종합해 판단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당국은 이제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는 데 팔을 걷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