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타 대학 출신이 선임돼

시민운동가 1세대로 꼽히는 이필상 경영대 교수(59)가 고려대의 새 총장에 선출됐다.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사장 현승종)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 의결로 이 교수를 제16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 신임총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1972년 졸업)으로 1982년 9대 김준엽(일본 게이오대학) 총장이후 25년 만에 탄생한 비(非) 고려대 출신 총장이다.

이 총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82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기획처장, 경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등을 거쳤다. 특히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한국NGO학회, 정치개혁시민연대 등 여러 조직의 대표직도 수행했다.

이 총장은 2002년 15대 총장 선거 때도 교수협의회의 추대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 13일 열린 자격심사에서는 9명의 후보자 가운데 부적격표가 가장 적어 학내 구성원들의 신임은 확보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학문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수출하는 대학, 미래성장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대학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며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고려대의 세계화를 이끌어내는 총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대학 총장은 학자로서 높은 학식과 도덕성을 갖춰야 함과 동시에 경영능력도 발휘해야 하는 양면성이 있다”며 “학교의 외형적인 발전과 학문의 내실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발전계획의 핵심인 지식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 내용의 국제화, 교수 1인당 학생 수 축소, 수요자 중심의 교육ㆍ연구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임기 중 3,000억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기금 조성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경영대 학장 시절 500억원을 모금한 경험을 되살려 최대한의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세계 경제 10대국에 어울리는 대학을 만들겠다”면서 “4년 후엔 세계 100위,10년 후엔 40위, 20년 후엔 20위권까지 올리겠다”며 이른바 ‘400의 법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불리던 어윤대 전임 총장의 발목을 잡았던 영어 강의 등 일련의 혁신방안들에 대해 "국제화 등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고 고려대가 밟아온 과정 역시 틀리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진행하며 발생했던 부작용들은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총장에 취임하면 지금 활동하는 시민단체는 떠날 수밖에 없지만 항상 정의와 진리라는 정신은 마음에 담고 학교 발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12월 2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집무에 들어가 2010년까지 4년간 총장직을 맡게 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