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3관왕 금자탑… 메달 7개로 한국선수 역대 '최다'

4일 수영 자유형 200m 금메달(1분47초12), 5일 자유형 400m 금메달(7분23초61), 7일 자유형 100m 은메달(50초02), 8일 자유형 1500m 금메달(14분55초03). 여기에 덧붙여 자유형 400m, 800m 계영, 혼계영 400m에서 각각 동메달 추가.

17세 고교생 ‘마린보이’ 박태환이 8일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신화를 썼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최윤희가 3관왕을 이룬 이후 24년 만에 그가 또다시 ‘수영 3관왕’의 금자탑을 세운 것. 게다가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포함하면 모두 7개의 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양궁의 양창훈이 딴 6개의 메달을 넘어 한국선수 ‘최다 메달’ 신기록도 달성했다. 앳띤 얼굴의 수줍음을 타는 어린 물개가 어른들도 해내지 못한 큰일을 이룬 것이다. 전날 7일 한국 승마 대표팀의 노장 김형칠(47) 선수가 경기 도중 말에서 떨어져 숨을 거두는 불의의 사고로 큰 슬픔에 잠긴 한국선수단과 국민의 마음을 달래준 낭보였다.

박태환이 따낸 메달 수가 많다고 해서 놀라운 것은 아니다. 박태환은 하루가 다르게 질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캐나다에서 열린 범태평양수영선수권 대회에서 세계 금메달을 딴 그는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와 15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연거푸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종목이 아닌 자유형 100m 단거리에서도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따냈다. 기록 단축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다.

그렇다면 ‘괴물’ 박태환의 이런 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선 그는 수영선수로서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났다. 어릴 때 천식 때문에 의사로부터 수영을 하라는 처방을 받고 물과 친근해진 그는 1년 뒤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워낙 물에 잘 뜨는 부력을 지녔고 몸의 유연성도 탁월했다. 여기에다 폐활량은 일반인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러므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기 후반에 잘 지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박태환이 장거리 종목에서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엔 단거리 종목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세계 수영에서 드문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태환은 또 어린 선수답지 않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승부근성을 지녔다. 그동안 스타트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엔 그 우려를 말끔히 ??駭? 출발 신호 후 입수하는 데 걸리는 반응속도에서 오히려 라이벌 중국 선수를 압도했다.

이밖에 박태환은 지독한 연습벌레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태능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할 때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하루 6시간 이상의 혹독한 훈련을 아무런 불평없이 소화해냈다.

수영 신동에서 월드 스타로 발돋움하는 박태환. 그의 앞날은 장밋빛이다. 수영 선수의 전성기는 보통 20대 초반이라고 하는데, 박태환은 아직 17세에 불과해 그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2년 후면 베이징올림픽이 열린다. 그가 한국 수영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안겨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송강섭 차장 spi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