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편―

“법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설문 조사해 본 결과도 그렇습니다. 지나친 축약어라든지 일본식 표기 그리고 어려운 한자어, 그 밖에도 잘 쓰지 않는 전문용어 등으로 많은 국민이 법령은 어렵다고 인식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다 쉽게 읽고 이해하실 수 있도록 모든 법령을 쉽게 만드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법제처의 한상우 법제정책팀장이 방송에 출연하여 한 말이다. 법률 전문가, 국어 전문가, 한문 전문가, 일본어 전문가, 출판 경영인 등으로 구성된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위원회에서 마련한 법령문 정비 기준은 무엇일까. 이 위원회에서는 정비의 기본 원칙을 쉽고 명확하고 반듯하고 자연스러운 법령 만들기에 두고, 용어 면과 문장 면으로 나누어 예시했다. 이번호에서는 용어 면에서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용어 면에서는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 축약된 한자어,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용어, 잘못 사용되거나 부적절한 용어, 불필요한 외래어·외국어를 대상으로 삼았다.

첫째, 한자어 중에서 어렵거나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말을 좀 더 쉽게 다듬었다. ‘사위(詐僞)’를 ‘속임수’로, ‘교부하다’를 ‘내주다·주다’로, ‘전대(轉貸)하다’를 ‘대여하다’로 바꾸었다. 한자어 중 뜻풀이를 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풀어 줬다. ‘암거’를 ‘암거(暗渠: 땅속이나 구조물 밑으로 낸 도랑을 말한다)’로 한 것이 그 예다. 또 의미 파악이나 구분에 한자 병기가 필요하면 ‘차대’, ‘보전’을 ‘차대(車臺)’, ‘보전(保全, 補塡)’ 식으로 하였다.

둘째, 일본식 한자어를 쉬운 말로 다듬었다. ‘당해(當該)’를 ‘그·해당’으로, ‘필(畢)하다’를 ‘마치다’로 고쳤다.

셋째, 축약된 한자어를 알기 쉽게 풀어 주었다. ‘공종(工種)’을 ‘공사 종류’로, ‘추완(追完)하다’를 ‘추후 보완하다’로 한 것이 그 예다.

넷째, 일반인에게 익숙지 않은 표현을 친숙한 방향으로 바꿨다.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 범위에서 ‘및’, ‘또는’의 과용을 막아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을 ‘제1항과 제2항에 따른’으로, ‘선임 또는 임명된’을 ‘선임되거나 임명된’으로 하였다. ‘2 이상의 필지’처럼 어색한 숫자 표현을 ‘둘 이상의 필지’ 식으로 고쳤다. 그리고 ‘○부터 ○까지’와 ‘또는’의 두 의미를 지닌 ‘내지(乃至)’를 ‘○부터 ○까지’로 하여 의미 혼동이 없게 하였다. 아울러 오랫동안 지켜 오던 ‘본딧말 사용’에서 벗어나 준말도 인정하여, ‘그러하지 아니하다’를 ‘그렇지 않다’로 한 것은 현실을 반영한 특기할 만한 일이다.

다섯째, 어문 규정에 어긋나거나 잘못 선택된 용어를 바로잡았다. ‘변동율’을 ‘변동률’로 한 것은 전자의 예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를 ‘전문가에게 자문해야’로 한 것은 후자의 예다.

그리고 부적절한 표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꿨다. ‘과태료에 처한다’ 같은 권위적 표현을 ‘과태료를 부과한다’로, ‘자(子)’만으로 ‘아들딸’을 지칭하는 성차별적 표현을 ‘자녀’로, ‘불구자’처럼 장애인을 낮추는 듯한 표현을 ‘지체장애인’ 등으로 각각 고쳤다. 그리고 사람의 수효를 나타내는 ‘인(人)’을 ‘명’으로, ‘승인(면허, 인가, 동의 등)을 얻다’를 ‘승인(면허, 인가, 동의 등)을 받다’로 고쳐 어감을 좋게 하였다.

끝으로 불필요한 외래어·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었다.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를 ‘우대한다’로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한 것이 그 예다.

위의 바뀐 예들은 종래의 딱딱함을 벗고 일상 언어에 가깝게 다가와 친근함을 더해 준다. 한상우 팀장의 언급대로 종래의 공무원이나 법률 전문가 중심의 법률 문화에서 국민 중심의 법률 문화로 바뀌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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