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장 편 -

법령문이 국민에게 다가가게 하려는 노력을 지난호에서는 용어 면에서 살펴보았다. 이번호에서는 문장 면에서 살펴본다. 문장 면에서는 구조, 한문 표현이나 일본어투 표현,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복잡한 표현, 중복되어 어색한 표현, 자연스럽지 않거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을 대상으로 하였다.

첫째, 구조 면에서는 문장 성분이 호응하지 않거나 어순이 어색하거나 사물이 주어가 되었거나 피동 표현이 불필요하게 쓰인 것을 대상으로 삼았다. ‘~에 갈음하다’, ‘~에 위반하다’를 ‘~을/를 갈음하다’, ‘~을/를 위반하다’로 고쳐 호응을 이루게 했고, “제3항의 규정은 감사위원회의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선임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를 “감사위원회의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선임에 관해서는 제3항을 준용한다”로 고쳐 어순을 자연스럽게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을 ‘~ 조례로 ~’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을 “~ 목적에 사용하도록”으로 하여 사물 주어와 불필요한 피동문을 피하게 했다.

둘째, 한문 표현이나 일본어투 표현에서는 명사 연결체와 명사절, 어미에 쓰인 불필요한 ‘유무’와 ‘여부’, 조사 ‘~에’의 오용, ‘~을 필요로 하는’ / ‘~을 요하는’, ‘~에 있어(서)’, 조사 ‘의’의 남용을 피하도록 했다. ‘호환성 제고를 위하여’를 ‘호환성을 높이기 위하여’로 한 건 명사 연결체를 피하려는 것이요, ‘신청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여’를 ‘~ 타당성을 검토하여’로 한 건 ‘여부’와 ‘유무’ 사용에서 보이는 혼동을 피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여부’나 ‘유무’를 줄여 간결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일본어 조사 ‘に’를 거의 직역한 데서 생긴 조사 ‘에’의 오용을 ‘신의를 지켜’, ‘보험과 관계있는’, ‘시기로 소급하여’, ‘상대방에게 도달한’처럼 문맥에 맞게 바꿨다. ‘~を 必要に する’ 또는 ‘be in need of’를 직역한 것으로 보이는 ‘을/를 필요로 하는’/ ‘을/를 요하는’도 ‘~이(가) 필요한’으로 고쳤고, ‘~に おいて, に おけて’ 또는 ‘in'을 직역한 듯한 ‘에 있어서’도 문맥에 따라 ‘에서’, ‘할 때’ 등으로 고쳤다. ‘승진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승진에서 ~’로, ‘적용함에 있어서’를 ‘적용할 때’로 한 것이 그 예다. 조사 ‘의’의 남용도 막아 ‘저작자의 생존하는’을 ‘저작자가 생존한’으로, ‘~ 이상의 것’을 ‘ ~ 이상인 것’으로 고쳤다.

셋째, 오해할 소지가 있거나 복잡한 표현도 다듬었다. ‘처(妻)와 부(夫)의 혈족(血族) 아닌 그 직계비속(直系卑屬)’이 ‘아내와 아내의 직계비속으로서 남편의 혈족이 아닌 사람’도 되고, ‘아내와, 남편의 혈족이 아닌 그 직계비속’도 되므로 이를 상황에 맞게 정리하였다. 한 문장에 많은 정보를 담아 복잡하게 된 것도 하위 항목으로 나눠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넷째, 중복되어 어색한 표현도 고쳤다. 정의 규정에서 보이는 ‘∼(이)라 함은 ∼을(를) 말한다’를 ‘∼(이)란 ∼을(를) 말한다’로 고친 게 그 예다.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을 ‘발전에 필요한’으로, ‘관리를 위탁(委託)하고자 하는 때에는’을 ‘관리를 위탁하려면’ 등으로 간결하게 하였다. ‘기간 동안’을 ‘기간’으로, ‘범위 안’을 ‘범위’로 한 것도 법령문의 간결성을 추구한 예다.

끝으로, 자연스럽지 않거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을 바꾸었다. ‘현금의 지출에 부족이 생긴’을 ‘지출할 현금이 부족한’으로,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를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로 각각 바꿨다.

우리 법령문이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이렇듯 쉬워지고 간결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알기 쉬운 법령문이 1970년 초에 마련되었더라면 전태일 열사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법령에 고통스러워하며 이를 설명해 줄 ‘대학생 친구’가 없는 걸 그토록 한스럽게 여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어렵사리 맺은 이 열매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일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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