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정해년 맞아 600년 만에 최고 전성기'황금돼지'… 출산붐 불러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 해안가에 설치된 황금돼지상을 해돋이 보러 해안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만져보고 있다. 왕대석 기자
2007년은 정해년(丁亥年) 돼지의 해. 신년 벽두의 최대 이슈 메이커는 단연 새해의 주인공인 돼지다. 그것도 재물 복을 부른다는 ‘황금돼지’로, 저출산 시대에 더없이 반가운 ‘복덩이 아기들’의 탄생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역술상 60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돼지의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복을 받고 장수를 누린다는 소문으로 임신,출산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돼지해는 십이간지에 따라 12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지만 ‘붉은돼지해’를 뜻하는 정해년은 60년 만에 돌아온다. 정해년을 붉은돼지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행에서 ‘정’(丁)은 불을 뜻하기 때문이며, 붉은돼지는 가장 맏형이기에 다른 돼지에 비해 복이 많다는 속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붉은돼지해’ 중에서도 ‘황금돼지해’는 으뜸으로 꼽힌다. ‘황금돼지해’는 ‘십간십이지’에 음양오행을 더해 따지기 때문에, 600년 만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황금돼지는 옥상토(屋上土)를 의미하는데 이는 ‘생각 밖의 또 다른 일이 생기는 것’을 뜻하며, 광명의 길운을 타고 나기 때문에 황금돼지띠 아이는 매우 편안하게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번지고 있다.

때문에 모처럼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의 예약이 활기를 띠고 있다. 황금돼지띠 아기를 향한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도 뜨겁다.

‘올해의 대박 코드는 신생아’라는 최근 LG경제연구원의 ‘2007년 히트상품 예측 보고서’ 전망의 아니더라도, 유아용품 업계는 이미 황금돼지의 꿈에 부풀어 있다.

돼지 캐릭터가 들어간 신제품을 서둘러 출시하는가 하면, 임산부나 매장 고객에게 복돼지 인형이나 황금돼지 열쇠고리를 증정하는 이벤트 등을 속속 열어 꽁꽁 닫힌 소비자 지갑을 열겠다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다. 쇼핑몰, 은행, 엔터테인먼트 업계처럼 신생아와는 별 상관없는 업계에서도 황금돼지 마케팅이 요란하다. 바야흐로, 황금돼지들은 마케팅에 뛰느라 살 빠질 지경이다.

그런데 정작 민속학자나 역술가들은 ‘황금돼지 해’에 대해 ‘터무니 없는 억측’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사람마다 운명이 다르고, 각 개인의 사주가 다른 만큼 황금돼지해가 가지는 운명철학적 의미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처럼 업계가 만들어낸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시선이다.

하지만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처럼, 새해 많은 사람들은 속설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황금돼지’의 꿈을 꾸고 싶어한다. 업계의 지나친 상술에 현혹될 필요는 없지만, 기분 좋은 ‘황금빛’ 징조로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미신이면 어떻고, 만들어낸 유행이면 어떠하리. 부동산 폭등과 정치 불안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서민들의 팍팍한 가슴에 황금돼지의 꿈은 작은 희망과 용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황금돼지가 가져다준다는 복(福)을 기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