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집단 폭행 동영상’ 사건으로 큰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가해 학생들은 “중학교 1ㆍ2학년 때는 더 심하게 애들을 때렸는 데도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왜 (파문이) 커졌는지 모르겠다”며 12월 21일 안산경찰서 조사에서 말했다. 어린 여학생들이 동료 여학생을 55차례나 구타하고 옷을 벗겨 동영상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악을 금할 수 없지만, 이 같은 폭력의 죄의식에 대한 무감각한 발언은 더욱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사실 이러한 학교 폭력의 발생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여름,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교실 밖으로 투신한 여중생이 장애의 몸이 된 충격적 사건의 아픔이 채 잊혀지기도 전이다.

더욱이 가해 폭력의 정도가 점차 심해지는 것과 반비례해, 학교 폭력의 연령은 점차 어려지고 있어 걱정을 더한다. 최근 조사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학교 폭력을 당한 비율은 무려 5명 중 1명꼴(17.8%)이다. 5년 전 8.5%와 비교해 무려 두 배나 더 늘어난 수치다. 그럼에도 학교나 교육 당국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번 폭행 동영상 사건의 경우만 해도 피해자가 전에도 가해를 주도한 학생에게 맞았고, 학교측도 알았지만 단순 훈계로 끝냈다고 피해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학교의 생활 지도와 폭력 예방 노력이 무성의했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이 아이들의 피로 물들고 있는 데도 관계 당국은 무신경한 듯하다. 얼마나 선량한 학생들이 두들겨 맞아야 교육 당국은 관심을 가져줄까.

더불어 아이들의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가정 교육을 새롭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이치처럼,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들의 장난 같은 주먹다짐을 한두 번 받아주다 보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아들에게 맞아 엄마들이 우울증을 앓고, 심하게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의 인성 교육은 모든 교육의 바탕이다. 부모들의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교육 태도는 우리 아이들을 점점 더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학문적 교육 이전에 사랑과 인성을 가르쳐 주는 것이 가정의 일차적 책임이다.

2007년은 황금돼지의 해. 새로 태어날 아이의 재복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을 얼마나 올바르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것이 진정 ‘황금돼지’가 주는 복일 것이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