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방송 활동을 열심히 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자리에서였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너무너무 감사드리구요.

수상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이런 식으로 수상 소감을 말한다.

축하드립니다.

너무 축하드려요

너무너무 축하드리구요.

상 주는 측도 이에 질세라 같은 방식으로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아닌 방송 출연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너무 축하드립니다’을 주거니받거니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기 속에 방송을 끝낸 드라마 출연진이 나와 종방연(終放宴)을 하는 자리에서도 같은 말이 오고 간다. 극중에서 꽤 점잖은 역을 맡은 사람의 입에서도 ‘너무 감사드립니다’가 술술 나온다.

‘너무 감사드리다’를 ‘너무’와 ‘감사드리다’와 나눠 생각해 보자.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 결과적으로 원하지 않은 현상이 일어날 경우에 쓰는 말이다. ‘일이 너무 힘들다’, ‘집이 너무 멀다’, ‘옷이 너무 크다’, ‘밥을 너무 먹다’의 예를 통해 볼 때 ‘너무’는 정도가 지나쳐 문제가 있음을 은연중 비치는 말이다.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는 말도 있거니와 일정한 기준에서 ‘넘다’에서 온 ‘너무’는 부정적인 데에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감사하다’는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이기도 하고, ‘고맙게 여기다’ 또는 ‘고마운 마음이 있다’의 뜻이다. ‘감사 편지를 올리다’, ‘감사의 뜻을 전하다’, ‘나는 친구에게 도와준 것에 감사했다’, ‘당신의 작은 배려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 그 예다.

‘축하하다’는 ‘남의 좋은 일을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인사하는 말’이다. ‘생일을 축하하다’, ‘졸업을 축하합니다’가 그 예다.

일상에서는 ‘감사하다’·‘감사드리다’, ‘축하하다’·‘축하드리다’가 모두 나타난다. 실제 어느 쪽이 더 많이 쓰이는지 알아보고자 언론 자료를 찾아보니 ‘감사하다’, ‘축하하다’보다 ‘감사드리다’, ‘축하드리다’가 더 많이 나타났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사회 지도층이라고 일컬어지는 인사에 이르기까지 각계에서 두루 쓰였다.

1991년 국립국어원이 언론사와 함께 각계의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정한 표준 화법에서는 ‘감사하다’, ‘축하하다’를 표준형(권장형)으로 채택했다. ‘말씀’은 드릴 수 있지만 ‘감사’나 ‘축하’는 ‘드린다’는 말이 어법상 맞지 않는 불필요한 공대라는 점이 그 근거가 된다. 그런데도 채택되지 못한 ‘감사드리다’, ‘축하드리다’가 매우 큰 세력으로 쓰이는 까닭은 이 말들이 표준 화법인 ‘감사하다’, ‘축하하다’보다 좀 더 정중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표준으로 정한 화법을 이렇듯 대중이 지키지 않는다면 지키지 않는 까닭을 찾아 바르게 알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듯싶다.

한편 ‘감사드리다’의 홍수 속에서도 한 방송 연기자는 상을 받으면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며 수상 소감을 말하였다. 표준 화법에 정확하게 맞게 말한 것이다. 여러 수상자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화법이었다. 그 연기자에게는 연기상 말고도 ‘바람직한 화법 대상’도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