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주석직 이양 후진타오에 요구설… 권련투쟁 여부 주목

“중국에서 한 사람이 국가주석, 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맡는 현 체제가 더 이상 필요 없으며, 4명의 지도자가 권력을 나눠 가졌던 1950년대 말과 60년대 초의 체제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만큼이나 탄탄할 것 같은 중국 후진타오(胡錦濤·64) 국가주석 권력체제에 서서히 균열의 금이 생기는 것일까.

중국의 권력서열 5위인 쩡칭훙(曾慶紅·67) 부주석 지지자들이 현재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군사위 주석직을 모두 맡고 있는 후 주석에게 국가주석직을 분리해 자신에게 이양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11일 여러 소식통을 인용, 보도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올해 가을 열릴 예정인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제17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내 권력투쟁이 물밑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50년대 말과 60년대 초는 마오쩌둥(毛澤東)이 권력을 쥐고 있던 시기. 건국의 영웅인 마오쩌둥조차 당시 당 총서기직만을 맡고 있었을 뿐, 국가주석은 류샤오치(劉少奇), 총리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주더(朱德)에게 넘겨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했다. 이 체제는 등샤오핑(鄧小平)까지 이어졌지만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사상 처음으로 국가주석, 당 총서기, 군사위 주석직을 모두 차지해 단일지도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후 주석도 최고위직 세 자리를 모두 이양받았다.

하지만 후 주석이 이제 2008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를 통해 국가주석직을 내놓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이것이 현실화될지는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도 “후 주석이 쩡 부주석에게 주석자리를 넘길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가주석 자리는 외국의 정상들을 접견하고 국가전략을 결정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중요한 자리라 후 주석이 넘겨주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가을 전당대회를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쩡 부주석은 상하이방(上海幇) 세력을 대표하면서 자신의 힘에 걸맞는 지분을 찾아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 그동안 권력투쟁에서 밀려 숨죽여 지내던 상하이방이 쩡 부주석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돈다. 실제로 쩡 부주석은 지난해 상하이방의 거물 천량위(陳良宇) 상하이시 당서기를 축출하는 과정에 후 주석에 힘을 보태주면서 위상이 높아져 후 주석을 견제할 수 있는 당내 유일한 라이벌로 평가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 내용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지만 가을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개편과 맞물려 전반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대폭 물갈이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제외한 7명이 물러나는 것은 물론 9명인 상무위원 수도 7명으로 줄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도부의 새판짜기를 통해 오히려 후 주석의 친정체제가 더욱 강화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쩡 부주석 지지자들의 주석직 이양 요구설은 후 주석을 견제하려는 사전 포석일 수 있다.

중국에서는 내년까지 큰 정치 대사가 연이어 열린다. 중국 경제가 유례없는 활황이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후 주석 체제가 쉽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지만 중국 정치체제의 작은 변화는 우리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