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이안트’. 1920~1930년대의 한 텍사스 일가의 이야기를 담은 에드나 파버의 소설을 조지 스티븐스가 1956년에 만든 영화다. 조지 스티븐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자이안트’라는 제목은 바로 텍사스를 나타낸다. 세 주연의 연기 대결이 볼 만하고, 3시간 20분의 긴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었다.

텍사스에 광활한 땅을 소유한 빅 베네딕트가 종마를 구하려고 버지니아주에 있는 린튼가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린튼 씨의 딸인 레슬리를 만나 둘은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되어 마침내 결혼에 이른다.

결혼 후 레슬리는 남편인 빅을 따라 텍사스에 온다. 자동차로 며칠을 돌아야 다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농장 여기저기를 돌아보던 레슬리는 빅의 조수인 제트 링크의 안내를 받는다. 레슬리가 이 농장에 들어온 뒤, 자신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언짢게 여기던 빅의 누이가 사고로 말에서 떨어져 숨진다.

누이는 제트 링크에게 얼마간의 땅을 주도록 유언한다. 이에 빅은 불모의 땅 대신 현금을 주겠다고 제의하나, 제트는 그 제의를 거절하고 그 땅에 자신의 목장을 마련한다. 그 뒤 세월이 흘러 그 땅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와 제트는 재벌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그는 젊은 시절부터 오랜 세월을 레슬리를 향한 연정으로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탄탄한 구성과 주연 배우들 —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 제임스 딘—의 빛나는 연기. 이들이 누구인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헐리우드가 낳은 최고의 미녀다. ‘지난 여름 갑자기’, ‘버터필드8’, ‘클레오파트라’,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에 출연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등을 비롯한 각종 상을 탈 정도의 연기력을 갖췄다.

록 허드슨은 당대의 영화계를 주름잡은 최고의 미남 슈퍼 스타다. ‘분노의 강’, ‘무기여 잘 있거라’, ‘이 밤을 즐겁게’, ‘밀애’ 등에 출연하며 격찬을 받았다. 이 쾌남아는 에이즈에 걸려 1985년 예순 살로 숨졌다.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에 출연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자이안트’ 영화 촬영이 끝난 후 개봉을 2주일 앞둔 9월 말, 자가용을 타고 시속 180km로 캘리포니아 국도를 질주하다 대형차와 충돌하여 스물네 살의 젊은 나이에 숨졌다. 당시 그의 열렬한 팬들은 사고 자동차에 몰려들어 깨진 유리 조각 하나라도 얻으려고 아우성을 쳤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리즈 테일러의 거의 완벽한 미모에, 록 허드슨의 훤칠한 외모에, 제임스 딘의 고뇌에 찬 모습에 여러 번 놀란다고 한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세기의 미남 미녀와 독특한 개성을 풍기는 배우가 출연하여 인간의 꿈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부자로 성공한 제트가 말년에 혼잣말로 “그녀는 참으로 아름다웠어.” 하는 대목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이들 배우의 모습과 연기에 감탄한 관람객들은 ‘역시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라성’이란 무엇일까.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는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이나 명예 따위를 지닌 사람이 모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는 일본어(綺羅星, きらぼし) 식 표현으로 ‘빛나는 별’로 순화된 말이다. 또한 ‘기라성 같은’을 ‘쟁쟁한’으로 바꿔 쓸 수도 있다. ‘기라성 같은 인물’은 자연히 ‘쟁쟁한 인물’로 바뀐다.

1931년 2월 8일에 태어난 제임스 딘이 생존했다면 올해로 일흔여섯 살, 1932년 2월 27일 생인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일흔다섯 살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 배우 중 두 남자 배우는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났고 한 여배우는 조용히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50여 년 전 ‘쟁쟁한’ 연기자들이 열연한 이 영화는 잊을 수 없는 고전이 되어 우리 가슴에 살아 있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