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2007년 대선정국이 끝난 후, 이를 소설로 쓴다면 그 제목은 무엇일까.

2월 6일 열린우리당 의원 23명과 함께 탈당한 전 원내대표 김한길 의원(3선, 1957년생)은 어떻게 될까. 적지 않은 그의 독자들은 그가 1981년 <바람과 박제>라는 소설로 문단에 데뷔해 그해 신인문학상을 탄 것을 안다. 그는 96년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소설가였다.

한국일보에 칼럼을 쓰는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가 2004년 4월에 시작해 2006년 6월에 완결한 <현대사 산책(5부 15권)> 색인에는 그의 이름이 없다. 경향신문이 낸 유시춘(소설가) 등이 쓴 70, 80년대 민주화실록 <우리 강물이 되어>(2권, 2005년 1월 나옴)의 색인에도 없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교육문화사회 수석비서관이었던 김정남이 쓴 <진실, 광장에 서다-민주화 운동 30년의 역정>(2005년 6월 나옴) 색인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김 전 원내대표가 6일 몇몇 기자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혁명하기보다 힘들다. 며칠간 잠을 자지 못해 머리가 띵하다.”

그는 지난달 30일 원내대표 임기 종료 직후 기자들에게 말했다. “열린우리당 틀에 갇혀서는 아무것도 해 볼 도리가 없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 (···) 같은 생각의 의원들이 나보고 총대를 매달라고 한다.”

그는 6일을 D-데이로 결정한 후 동조의원들에게 5일 말했다. “역사의 죄인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을 보고 어떤 훌륭한 인물이 들어오겠는가. 내가 화살받이가 되겠다.”

이런 말들을 소설가 동료인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1943년생)이 들었다면 어떤 코멘트를 했을까. 그가 만일 2007년 대선정국 중 ‘2·6 탈당’을 소설로 쓰면 그 제목을 무엇으로 정할까.

황석영은 열린우리당의 집단탈당이 단행되기 하루 전 머물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오마이뉴스에 “‘개 똥폼’ 잡지 말고 저잣거리로 내려 오라!”는 기고문을 냈다. 1월 22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치질서 만들기에 나라도 총대를 멜 생각이 있다”는 말에 대한 파장이 일자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2007년 정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글을 썼지만 소설가이면서 소설을 쓰는 이유도 썼다. “나는 정치하는 벗들이 가끔 상대의 궤변을 허위라고 공격할 때에 ‘소설 쓰지 말라’하고 얘기할 적마다, 모멸감을 느끼던 사람이다. 스스로 직업작가라고, ‘책장사’ 처지라고 자학적으로 얘기하던 것도 그 이후부터는 삼가게 되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잃으면 대중과의 소통도 끝이 난다. 그러나 소설이란 세상 도처에 널려있는 삶의 진실을 그럴싸하게 재현해내는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작업이여야 한다. 6·29는 군부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카드였고 기진맥진 그것을 받아들인 민주화 세력은 분열 이후에 스스로 3당합당이라는 미궁에 빠지고 만다. 그것의 어정쩡한 귀결이 현재의 형식적 민주주의며 여당과 야당의 가건물이다.”

그는 오락가락하는 2007년 대선 정국을 보며 경고했다. “우리는 (자유실천문인협회) 그 누구도 자신의 행위나, 먹고 살려고 허덕이며 써온 글줄을 신주단지 모시듯 내세운 적도 없다. 책을 사준 이름 없는 독자들에게 겸허해야 하므로, 우리는 먹고 살 만큼만 쓰고 남는 시간에는 항의하고 감옥 가고 그러면서 시시껄렁하게 산다. 그러므로 노 대가들이 늙어가면서 글 쓰는 행위를 무슨 하늘이 내려준 형벌처럼, 엄살을 떨고 과장하는 데 구토를 느낀다.”

“이제부터 나는 점잖지 않을 것이며 예전으로 돌아가련다. 온몸에 얼룩이 튀면 다시는 개량한복 따위 두루마기 자락을 펄럭이거나 넥타이에 정장을 하지 않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명천 이문구(2003년 2월 타계, ‘실천문학’ 대표, 소설 <관촌수필> 등 씀)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를 원했다.

무슨 문학상이니 기념비석이니 세우지 말라고 그랬고 자신의 껍데기는 화장하여 고향 뒷산 솔숲에 뿌려주기를 유언으로 남겼다. 모두들 ‘개 똥폼’ 잡지말고 현실의 저잣거리로 내려오라!”

김한길 의원의 ‘2·6 혁명(?)’이 ‘개 똥폼’일까. 그건 황석영 작가가 다음에 쓸 소설의 제목이 될지도 모르겠다.

엉뚱하게 방향이 틀어진다. 만약 <나자(裸者)와 사자(死者)>, <밤의 군대들>의 미국 작가 노만 메일러가 소설가 김한길의 혁명(?)을 보았다면 무어라 제목을 달았을까?

지난달 31일에 84세가 된 노만 메일러는 1월 25일에 <숲속의 성>이란 책을 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5위. 아마존닷컴 66위다. 1889-1906년까지의 아돌프 히틀러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다룬 책이다.

서평은 엇갈린다. 그러나 84세의 그는 청년보다 씩씩하게 소설 속에 히틀러를 지키는 악마가 있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인간의 역사에 두 개의 예외적 탄생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와 히틀러다. 신의 아들인 예수에 대적한 것이 사탄의 아들인 히틀러다.”

“나는 사탄의 편도, 신의 편도 아니다. 나는 이 둘의 실체를 내 나름으로 바라보고 적는 내 소설 속의 한 인간 히틀러를 썼다. 그건 소설가의 자유다.”

김한길 의원, 황석영 소설가는 꼭 노만 메일러의 <숲속의 성>을 읽어보길 바란다.


박용배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