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자·이용수·얀 러포 오헤른 할머니, 미 하원 청문회서 일본 만행 증언

“전쟁은 끝났지만 우리 군대위안부들에게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본 총리가 일본 정부를 대표해 과거 일본군이 군대위안부들에 저지른 상상할 수 없는 인권침해에 대해 진심으로, 모호하지 않게 사과해야 합니다.”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온국민이 한껏 들떠 있었던 2월 15일 오후, 미국 워싱턴의 하원 레이번 빌딩 2172호실에서는 3시간여 동안 숙연함으로 미국인 방청객들이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이시아태평양환경소위가 사상 처음으로 일제의 군대위안부 만행에 대한 청문회를 연 것이다.

청문회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나온 한국인 이용수(79), 김군자(81) 할머니와 네덜란드인 얀 러프 오헤른(84) 할머니 등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60여 년 전 군대위안부로 끌려간 과정과 강간 등 일본군의 만행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증언했다.

맨 처음 증언대에 선 이용수 할머니는 “1944년 16세 때 대만에 위안부로 끌려가 3년 동안 일본군의 성 노리개 노릇을 했다”며 “2층짜리 위안소에서 하루 평균 일본군 4,5명에게 강간당하면서 죽으로 연명하는 등 개, 돼지만도 못한 처참한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42년 16세 때 중국의 위안소로 끌려갔다는 김군자 할머니는 “일본군들은 칼로 내 몸을 찌르는가 하면 콘돔을 끼지 않고 덤벼들곤 했다”고 지옥 같았던 당시 상황을 눈물로 털어놨다.

현재 호주에 살고 있다는 오헤른 할머니는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하던 42년 19세 때 강제로 수용소로 끌려왔다”며 “50년간 침묵하다 92년 한국인 위안부들이 TV에 나와 일본군 만행을 고발하는 것을 보고 나도 동참하게 됐다”고 치를 떨었다.

꽃다운 청춘을 이역 땅에 갇혀 일본군에 짓밟힌 이들은 한결같이 여생의 바람을 말했다. “일본은 민간차원의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돈 몇 푼으로 얼버무리려고 하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과거의 잔학상을 시인하고 역사를 똑바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을 보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맺힌 한을 털어놓았다.

군대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이날 청문회를 주도한 일본계 미국인 마이클 혼다 하원의원(민주)은 “일본 정부가 명확하고 분명한 사과를 해야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결의안 통과를 촉구했다. 일본의 사과와 올바른 교육 요구 등을 담은 결의안은 하원 외교위 전체회의를 거쳐 5월께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가토 료조 주미 일본대사는 소위에 서한을 보내 “일본은 이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다”며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의원 로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것은 이날 청문회에서 다나 로라바허 하원의원(공화)이 “일본이 이미 사과를 했다”며 동조를 해 우려를 자아냈다.

망언으로 과거를 호도하고 겉치레 유감과 돈으로 타협하려는 일본에 대해 벌이는 ‘양심전쟁’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말처럼 끝나지 않았다.

다만 그 전쟁에서 힘없고, 몇 안 되는 할머니들만이 외롭게 일본 정부와 싸우고 있어 우리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오욕의 과거를 잊으면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던가. 결의안 통과를 위해 우리 정부는 앞으로 뭘 할까. 우리는 또 뭘 해야 할까. 군대위안부 할머니들은 지금도 원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배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