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로 15년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반인륜 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영화 제작진과 ‘전국미아ㆍ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이 지난해 말부터 ‘이형호군 사건 온라인국민수사본부’ 홈페이지(www.wanted1991.org)를 통해 공소시효 폐지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벌써 5만여 명의 시민이 지지를 보냈다. “끔찍한 살인을 해놓고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누리꾼들은 흥분했다.

그러나 감정으로 판단하는 누리꾼들과 법조인들의 시각에는 온도차가 있다. 사실 공소시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나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에도 폐지 논란은 어김없이 있었다. 하지만 “공소시효 자체가 법의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공소시효의 전면 폐지는 어렵다는 게 법조인들의 입장이다.

경찰들도 선을 긋는다. 제보가 있어도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선 강제적인 수사는 할 수 없다는 것. 물론, 맞는 말이다. 왜 하필 영화가 공소시효 15년이 지난 다음해에 개봉됐는지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이들도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자칫 ‘이형호 군 사건 온라인국민수사본부’의 제보 및 공소시효 폐지운동이 영화 흥행을 위한 상업적인 바람몰이 수단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도 또한 그 때문이다. 여전히 주장의 목소리만 클 뿐,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어쩌면 영화를 보며 수백만의 관중이 눈물을 흘린 그 시각에도 공소시효가 끝난 범인은 돌아서 완전범죄에 대해 미소를 지었을지 모른다. 영화 개봉 직후 이형호 군의 아버지 이우실 씨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범인을 잡고 싶지도, 잊고 싶지도 않다. 대신 진심어린 사죄를 받고 싶다.” 법의 공소시효는 끝났을지 몰라도, 양심의 공소시효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 사회에 절규하는 듯하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