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지명자… 한미 FTA 등 굵직한 현안 많아

‘실무ㆍ행정형’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가 참여정부를 마무리지을 새 총리로 지명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정치권으로 복귀한 한명숙 전 총리의 후임으로 한덕수(58) 전 경제부총리를 지명하고 국회 인준을 요청했다.

한 총리 지명자는 참여정부 들어 국책연구기관장인 산업연구원장, 국무조정실장, 경제 부총리, 총리 직무대행을 거쳤고, 현재 대통령 직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겸 대통령 한미 FTA 특보를 맡고 있다. 연말에 치를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총리 적임자로 경제관료 출신이 발탁된 것이다.

한 총리 지명자는 한미 FTA 등 ‘국정 과제’의 안정적인 매듭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 새로운 정치적 이슈나 정책을 제안하기보다는 기존 어젠다를 차질 없이 진행하며 원만하게 국정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예전처럼 엇갈린다. 논란의 초점은 ‘허수아비 총리’, ‘한미 FTA 내각’이 아니냐는 것.

‘허수아비 총리’ 논란이 나오는 것은 온유한 성격으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다. 노 대통령이 무난한 인물을 내세워 실질적인 책임 총리로서의 권한을 주지 않고 국정을 직접 챙기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 총리 지명자가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부터 한나라당은 “실무형 총리를 내세운 것으로 봐서 노 대통령이 임기 말 국정의 전면에 나서려는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 총리 지명자가 직면할 난제는 향후 큰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는 한미 FTA 부분이다. 한 총리 지명자가 현재 한미 FTA 체결 지원위원장 겸 대통령 한미 FTA 특보를 맡고 있어 만약 한미 FTA 협상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만일 외면한다면 한국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것이다”라는 그의 평소 지론상, 어떤 식으로든 한미 FTA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 총리 지명자의 국회 청문회 통과는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 지명자는 무엇보다 원만한 성품에 국정경험이 풍부한 것이 강점이다.

호남 출신이지만, 정치색이 옅은 인물이기도 하다. 부총리 등 고위직을 역임하면서 재산과 병역 문제 등에서 여러 차례 검증이 이뤄졌고 도덕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실 청와대는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염두에 두고 흠결이 적은 한 총리 지명자를 선택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물론 국회 청문회 통과가 무난하더라도 한 총리 지명자의 앞길이 순탄하지는 않다. 결국 그에 대한 진짜 평가는 이후 국민들이 매길 그의 국정능력 점수에 있을 것이다. 한미 FTA 등 국정과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이병완 비서실장 후임으로 문재인(54) 전 민정수석을, 경호실장에는 염상국(50) 경호실 차장을 각각 내정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