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에 ‘형님뉴스’라는 인기 코너가 있다. 마무리 때는 출연진 전원이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라고 외친다. 뉴스답지 못한 ‘형님뉴스’에 대한 조롱이 오히려 뉴스답다는 소극(笑劇)이다.

요즘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치권의 남북정상회담 공방은 문득‘형님뉴스’를 연상케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설전을 펼치는데 정작 정상회담은 온데간데 없고 대선에 미칠 이해득실만 계산하는 데 골몰하는 양상이다.

게다가 이 전 총리의 방북을 처음부터 삐딱하게 본 한나라당과, 방북의 순수성을 의심케 할 꼬투리를 제공한 범여권으로 인해 남북정상회담은 막도 오르기 전에 뒤틀리고 불신만 쌓여가고 있다.

6자회담 2ㆍ13 합의로 한반도에 훈풍이 불면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겠지만 정상들이 계속 만나면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중국의 입김을 줄이고 떡을 더 얻기 위해서라도 남한에 손을 내밀 수 있다. 북한의 속내야 어떻든 그들을 연착륙시키고 외풍을 줄이는데 남북정상회담은 현실적으로 유용한 도구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정권교체에만 집착해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백안시하면 곤란하다. 더구나 집권을 낙관한다면 역지사지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범여권도 정상회담을 한탕주의식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는 꼴사납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2ㆍ13 이후에도 분담금을 놓고 여전히 호주머니 속에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데 한국만이 유독 앞상서서 ‘산타’를 자처하고자 안달이니 말이다.

북한에 다 주어도 ‘남는 장사’라고 한 노무현 대통령은 말은 여전히 유효할까. 최근 남북정상회담설이 공공연하게 나오면서 ‘노무현 산타’ 얘기도 들린다.

남북정상회담도 정상회담다워야 정상회담인데….노 대통령도 ‘형님뉴스’를 보았는지 궁금하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