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월 5일 오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결의안에 대해 답했다.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의결이 되더라도 사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3월 7일 정오(현지 시간) 호주에서 처음으로 열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수요집회’(1992년 1월 8일 시작한 서울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항의 모임. 2007년 3월 7일까지 751회 개최)에서 지금은 호주에 살고 있는 얀 오헤른(84) 할머니는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읽으며 목이 메어 기자들에게 말했다. “일본은 미국을 두려워 한다. 미국이 압박을 가하면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일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게 내가 건강하게 살아야 할 이유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을 때까지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두 딸의 어머니인 오헤른 할머니는 자바 섬에서 태어난 네덜란드계 백인으로 21세 때 처녀로 끌려갔다. 서슬 퍼런 사무라이 칼로 위협하는 일본군 장교에게 순결을 빼앗겼다.

오헤른은 호주에 살던 중 92년 호주 TV에 나오는 서울의 ‘위반부 수요집회’를 보고 최초의 백인 위반부였음을 고백했다.

3월 9일에는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 대사가 경고했다. “일본의 일부 지도자가 위안부 문제를 과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 고노 담화 (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위반부 모집·이송·관리 등도 (…)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졌고 (…) 당시의 군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성을 깊이 훼손했고 (…) 마음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 고 발표)가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파멸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3월 10일에는 도쿄 TV에 나온 가네코 야스기라는 80대 후반의 노인은 자신이 2차 대전 때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기관총 사수로 근무했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을 반박했다.

“나와 동교들이 부대 인근 마을을 돌며 여성들을 납치했다. (…) 당시 위안부들은 처참한 상황이었고 우리가 저지른 일을 부정할 수는 없다. (…) 강제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우스운 일이며 일본 정부는 하루 빨리 진심으로 참회하길 바란다.”

3월 12일자 동아일보의 ‘책갈피 속의 오늘’이란 역사 인물 소개란은 94년 이날 위안부 전금화 할머니가 숨졌음을 기리며 할머니에 대해 썼다.

전 할머니는 열일곱 살 때인 40년 동태잡이로 유명한 청진에 갔다가 칼로 위협하는 일본군에 의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헤이허(黑河)의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갔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군인들은 우리를 돼지우리 같은 판잣집에 넣었다. 나는 처녀였는데 그곳에서 일본군인에게 처음으로 당했다. 입을 틀어막고 덤벼드는데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창피해서…, 그때 일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3월 5일~12일까지 이런 강제 동원에 대한 증언이 잇따른 속에 색다른 ‘위반부 해결책’이 등장했다.

로스엔젤레스(LA) 타임스 3월 7일자(현지)는 ‘일왕 호출(pageing)하기’라는 색다른 사설을 게재했다.

“과거사를 둘러싸고 일본 국민과 이웃나라들을 화해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전쟁 때 일왕인 히로히토의 아들 아키히토(1933년 12월 23일생. 89년 1월 7일 히로히토가 죽자 90년 11월 23일 즉위. 47년 헌법 아래 즉위한 최초의 군주)다. 그는 현재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해소시킬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92년 10월 중국의 요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말했다. ‘우리나라가 중국 인민에게 매우 심한 고통을 준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 나는 통석(痛惜)의 심정을 갖는다. 전쟁이 끝났을 때 우리 국민은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깊이 마음에 새겼으며 평화의 길로 갈 것을 확고히 했다.”

LA 타임스는 아키히토를 호출했다. “이제 일왕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그의 왕실의 이름으로 저지른 모든 전쟁 범죄에 대해 보다 강하게 사죄해야 한다. 그의 행동과 말은 어느 일본 정치인이 내쏟는 말보다 결정적이고 의미가 있다. 이제 일본과 그 이웃나라들은 움직여야 할 때다.”

3월 9일자 조선일보 시론란에 90년 동아일보 논설주간에서 과기처 장관이 된 김진현(1936년 1월(음력)생. 2006년 12월 <일본 친구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펴냄)은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전 서울시립대 총장 직함으로 기고했다.

‘대일(對日) 압력의 세계화 네트워크를’이란 제목의 글에서 그는 결론내렸다.

“(…) 일본에 양심적인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있으나 한계가 있다. 일본을 상대하려면 일왕을 상대해야 한다. 일본의 개혁을 일본에서 주동할 수 있는 힘은 시민세력도 기업계도 대학도 아니다. 오직 일왕뿐이다.”

그는 <일본 친구들에게…>에서 아키히토에서 호소하고 있다.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힘에 의한 외압뿐이다. 그밖에 일본의 성숙과 평화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아키히토 일왕의 행동 또는 거사뿐이다. 일왕의 역사 선언이 있어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을 상대해야 할 대선 후보들은 김진현의 <일본 친구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기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