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를 중심으로 정부에서 개정을 추진해 오던 ‘알기 쉽게 만든 법률 개정안’ 38건이 2007년 3월 6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이로써 국민이 주인 되는 법률 문화를 마련하는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국회를 통과한 이 법률안들이 현행의 정책이나 제도를 바꾸기 위해 법률 내용을 손질한 건 결코 아니다. 일반 국민이 법률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할 목적으로, 그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을 알기 쉽게 고쳐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했던 개정안인 것이다. 이들 개정안은 올해 국민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표현으로 바뀌게 된다.

이 개정안들이 종래의 것과 표현·표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인 예를 보기로 하자. 우선 법률 표기를 한글로 함을 원칙으로 하되, 혼동할 우려가 있는 단어는 괄호 안에 한자를 함께 쓰도록 했다.

受荷人 → 수하인(受荷人) (대외무역법)

用水權 → 용수권(用水權) (관광진흥법)

둘째,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식 표현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

揚荷(양하) → 짐 나르기(해운법)

裸傭船(나용선) → 선체(船體)만을 빌린 선박(해운법)

同一鑛床 중에 賦存하는(동일광상 중에 부존하는)→같은 광상(鑛床)에 묻혀 있는(광업법)

假檢疫證(가검역증) → 임시검역증(검역법)

적용함에 있어서는 → 적용할 때에는(해상교통안전법)

계리 → 관리(문화예술진흥법)

굴진증구출원 → 기존 갱도를 이용한 증구 출원 (광업법)

셋째, 법령문을 알기 쉽게 풀어 쓰면서도 법적 간결성과 함축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性狀別(성상별) → 성질ㆍ상태별(폐기물관리법)

장기간에 걸쳐 → 오랫동안 (장애인복지법)

적의(適宜)한 → 알맞은 (검역법)

충용하다 → 사용하다 (향교재산법)

패총 → 조개 무덤 (문화재보호법)

넷째, 어순 등을 자연스럽게 바꾸어 정확하고 확실한 법 문장이 되도록 하였다.

제ㅇ조는 ~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 → ~ 관하여는 제ㅇ조를 준용한다.

ㅇㅇ장관은 ~ 기관이 임무 수행을 위하여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ㅇㅇ장관은 임무 수행을 위해 ~ 기관이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누구나 알기 쉽게 하려고 만든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하위 법령에까지 큰 영향을 끼쳐 종국에는 모든 법령을 알기 쉽게 만드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계기로 법령문이 올바른 언어생활의 본보기가 되도록 하고 국민 중심의 법률 문화를 창조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법령 관련 각 기관·단체가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통과된 법안에는 노동부의 ‘근로기준법 전부개정법률안’도 있다. 36년 전 고(故) 전태일 열사가 이 법을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어 ‘대학생 친구’를 열망하며 절망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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