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딜 가나 대선 얘기가 심심찮다. 올해가 대선의 해이기도 하지만 세상살이가 팍팍해 대선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큰 까닭이다.

주된 얘깃거리는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빅3’에 모아진 듯하다. 지지율이 높아 집권이 유력한데다 대권 삼국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 대해서는 낙담을 넘어 분노마저 표출해 범여권에서 마땅한 주자를 찾기 어렵고 기존의 주자들마저 지지율이 바닥권이다.

그런데 요즘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에 따라 주연배우들의 인기도 들썩인다. 빅3의 흥행과 인기는 여전하지만 조금씩 변화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X파일’이 등장해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더니 경선 룰을 놓고 적전분열 양상마저 보이자 관객들은 자리를 뜨거나, 제대로 화음을 맞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범여권에서는 신인 배우가 출현해 주목을 받으면서 빅3의 독주를 식상해 하는 층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모두가 여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나타난 현상들이다.

아직까지는 여론의 70% 이상이 빅3에 집중돼 있다. 누구든 한나라당 대선 후보라는 말뚝만 박으면 집권은 떼논 당상으로 보여 빅3의 대결은 갈수록 치열하다. 이명박 출판기념회의 대성황은 역설적으로 이명박 바람이 꺾인 데 대한 조바심의 방증이기도 하다. 박근혜ㆍ손학규의 경선 셈법도 오로지 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에 다름 아니다.

지금 빅3는 모두 여론을 잡으려고만 하지 여론에 따르는 행보가 소홀한 듯하다. 정치가 생물이듯 민심도 생물이다. 민심은 언제든 조변석개할 수 있다.

‘민심은 천심’, ‘지도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백성을 뜻하는 民의 어원은 사람의 눈(目)과 여럿을 뜻하는 열십(十)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民은 지도자의 말과 행동 일체를 눈 부릅뜨고 주시하는 여러 사람을 의미한다. 빅3가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여론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