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철밥통’ 등식이 깨질까. 울산발(發) 지자체 무능 공무원 퇴출 바람이 서울시를 찍고 부산시·경기도 등 전국으로 번질 조짐이다. 한국은행도 덩달아 무능 직원 5% 퇴출안을 발표해 공직 사회의 철밥통 깨기는 이제 국가 개조의 아젠다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무원 퇴출제’ 시행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압도적인 지지 일색이다. 한 취업사이트가 직장인 891명을 상대로 공무원 퇴출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91.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만성적인 무사안일주의가 줄어들 것 같아서’(56.5%)▲ ‘업무효율성이 높아질 것 같아서’(15.7%) ▲‘능력 있는 공무원이 인정 받을 수 있어서’(10.3%) 등이 그 이유다.

그렇지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무능 공무원 퇴출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될까’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나 최근 ‘신이 내린 직장’ 한국은행의 무능 직원 퇴출방안을 보면 그러한 의문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매년 2회 실시되는 근무성적 평가에서 5회 연속 하위 5%에 해당하는 직원에겐 명령휴직, 감봉 등의 인사상ㆍ금전상 불이익을 줌으로써 사실상 퇴출시키겠다는 게 요지.

이러한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이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방문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나섰다. “하위 5%, 그것도 5회 연속으로? 로또 복권 당첨 확률보다 더 어렵겠다.” 퇴출하자는 건지, 남들이 한다니까 그냥 시늉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무능 공무원ㆍ임직원 퇴출 제도는 직원을 내쫓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무사안일주의를 깨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평가에 앞서 반드시 전제돼야 할 조건이 있다.

공정한 평가 기준 마련이 첫째이고, 기준이 마련됐으면 원칙대로 시행하는 것이 두 번째 조건이다.

그래야만 후유증이 적다. 여론의 눈총이 따가우니 ‘하는 척’ 하거나, 내가 살기 위해 아랫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혹은 내 편에 줄서기를 조장한다면 퇴출제 시행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또한 퇴출안을 준비하는 과정에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공무원이나 신이 내린 직장인 공기업의 임직원들은 왜 국민들이 ‘무능 직원 퇴출’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지 민심을 읽어야 한다. 서민들이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이 무능 직원을 위해 쓰여서야 되겠는가.


배현정 기자 hjbae@hk.co.kr